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전히 각국 통화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했지만, 달러화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는 전날 자료를 발표해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59%라고 밝혔다. 이는 1995년 58%를 기록한 이후 20년만에 최저치다. 달러화 비중은 3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이 지급을 대비해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이 하락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달러화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같은 달러화 위상 하락은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작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경제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통화정책을 폈고, 미국 정부도 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3월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가동한 데 이어 올해 바이든 대통령도 1조9000억달러(약 2145조원)의 부양책을 내놓았다.
시장에 달러화 공급이 많아질수록 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온라인 외환 거래업체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분석가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대규모 무역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화의 장기 전망은 약세"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번 달러화 비중 하락에 대해 "달러화가 준비통화로서의 지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던 와중 이번 발표가 나왔다"며 달러화의 준비통화로서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캐나다 5대 은행 중 하나인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의 분석가인 비판 라이는 이메일을 통해 "현재 미국 달러만이 준비통화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여러 국제통화들이 준비통화로 사용되는 '다중 준비통화 시스템'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에선 달러화 비중 하락에 대해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에 위치한 외환거래전문 투자회사 반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수석 FX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이에 대해 "59%라는 수치는 달러에 대한 가치평가와 재산의 물리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통계적 잡음일 뿐"이라며 "지난해 말 대부분 통화 대비 달러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탓"이라 분석하며 달러화 약세 의견에 반대를 표했다.
실제로 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는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을 뿐 여전히 과반을 넘는 1위 통화인 데다, 달러 보유액 자체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 6 939억달러였던 미 달러는 4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7조 달러로 증가했다. 챈들러 전략가는 "금액이 증가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21년 1분기 달러가치가 회복되며 가치평가가 달라지면서 달러 점유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유로화 비중은 21.2%로 3분기에 비해 0.7%포인트 증가해 2.52조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의 엔화 비중은 3분기 연속 증가한 6.03%였다. 중국 위안화는 4개 분기 연속 상승해 2.25%로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고는 12조7000억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