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주택임대차보호3법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법 통과 20여일 임대료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차3법 시행 이틀 전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된 지 며칠 만에 또다시 ‘내로남불’ 사례가 나타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들이 내놓은 "시세보다는 쌌다"란 해명에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1일 국회 공보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7월 3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청구 e편한세상아파트 전용면적 84.95㎡(6층)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임대했다. 직전까지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했던 집이다.

이 계약에 당시 법정(法定)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하면 임대료 인상률은 9.1%다. 지난해 9월 시행된 전환율 2.5%를 적용하면 인상률은 무려 26.6%에 달한다.

논란이 일자 박주민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 신규 계약을 작년 여름에 체결한 이유는 임차인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제가 특별히 시기를 조정하거나 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신규계약이기에 주임법상 전·월세 전환율의 적용을 받지 않아 시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중개업소 사장님은 제 입장을 알고 있기에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다"며 "그런데 최근 기자들의 문의를 받고 살펴보니 시세보다 월 20만원 정도만 낮게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정말 집을 시세보다 싸게 내놨던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2월에도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의 12층 집이 정확히 같은 조건에 월세 계약이 맺어진 사례가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서울 중구의 월간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2월에서 7월 사이 0.48% 올랐다. 통계상 인상률을 감안해도 ‘시세보다 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또 6월에는 같은 조건의 10층 집이 보증금 5억8000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임대차 거래됐다. 당시 전환율 4.0%를 적용해 전세 보증금으로 역산하면 해당 거래가 6억7000만원이고, 박 의원이 6억5500만원 수준이다.

신당동 인근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금 1500만원 정도는 해당 가구가 위치한 ▲동의 입지 ▲층수 ▲남향·동향 여부 등에 의해 충분히 변동 가능한 폭"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주장처럼 ‘시세보다 싼’ 수준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전 실장은 임대차3법 통과 이틀 전 부부 공동명의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전용면적 120.22㎡(1층)의 전세보증금을 지난 2019년 신고 당시보다 1억2000만원 오른 9억 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전세금이 14.1% 오른 수치다. 청와대는 김 전 실장을 경질하면서 "주변 시세보다는 낮은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의 전셋값은 김 전 실장의 거래 전후로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청담동의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집이 시세보다 싼 값에 전세 계약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거래된 집들은 3~7층인데 반해 김 전 실장의 집은 1층이라 원래 전세금이 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세 논란 자체가 물타기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야당 관계자는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은 법이 통과·시행될 것을 미리 알고 임대료를 높여 받았다는 위선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그렇게 만든 정책까지 실패해 서민들만 더 힘들게 만들어놓고는 ‘시세보다 쌌다’고 해명하는 건 염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전세를 ‘무한 연장’할 수 있는 임대차보호법안을 발의했다. 또 임대차3법 통과 하루 전인 지난해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는 "임대차법 시행 전 법 적용을 예상하고 미리 월세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집주인들이) 새로 신규 계약을 할 수 있을 때 (월세를)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의원이 신규 계약을 통해 월세를 올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지난해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