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비, 삼성 8000억·LG 1300억 감소
판촉비 줄이자 수익성은 '쑥'
"기업들 온라인 집중, 당분간 지속될 것"

서울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 본점 내 비스포크 아틀리에.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지난해 판매촉진비를 전년보다 각각 8000억원, 1300억원씩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감소 폭으로, LG전자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줄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일상화함에 따라 기업들이 온라인 판매 강화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판촉비 감소분은 수익으로 직결한다.

그래픽=김란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판매촉진비로 지출한 비용은 5조8620억원이다. 전년(6조6781억원)보다 12.22% 줄었다. 지난 2008년 이후 삼성전자의 판매촉진비가 두 자릿수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판매촉진비는 구매자나 거래처의 거래수량이나 금액에 따라 장려의 뜻으로 지급하는 금액 등을 의미한다.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금전이나 물품 등을 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판촉비는 지난 2013년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등락을 거듭해왔지만,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2007년 2조원에 불과했던 판촉비는 2013년 8조원 규모로 치솟았다. 이후 2014~2018년 7조원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9년 6조원 규모로 하락한 뒤 지난해 5조원대로 떨어졌다.

LG전자 오브제컬렉션.

LG전자의 지난해 판촉비도 전년보다 17.12% 줄어든 6316억원이다. 판촉비가 전년보다 47.88% 줄였던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장 큰 폭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판촉비를 줄이고 있다. 2010년 가장 많은 금액인 9779억원을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6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판촉비를 1조원 이상 지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업들의 판촉비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이 활성화하면서 오프라인 판매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자 온라인 채널에 집중한 영향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수요 회복과 매출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은 오프라인을 넘어 유튜브는 물론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하며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판촉비는 물론 광고선전비용 감축 효과도 불러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광고선전비는 4조2690억원으로, 전년(4조6145억원)보다 4000억원가량이 줄었고, LG전자 역시 전년보다 약 100억원을 줄인 1조1977억원을 지출했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함에 따라 줄인 판촉비와 광고선전비는 수익성에 반영된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전자도 생활가전(H&A)사업본부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조2691억원, 2조3526억원 등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10.6%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2.5% 증가한 2045억원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온라인 판매를 통한 효과를 톡톡히 누린 만큼 당분간 온라인에 집중하는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