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산업성 장관 "대만 반도체 회사에 생산협력 요청"

일본 차량용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의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로 인한 타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정부까지 나서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지 중 하나인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에 SOS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르네사스 본사.

30일(현지 시각)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의 카지야마 히로시 장관은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르네사스 공장 화재 사건으로 인해 일부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대체 생산에 협력해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부처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신속한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19일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 시 소재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나카공장 1층에 화재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 당시 반도체 생산설비 11대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으나, 29일 피해 규모가 20대 이상으로 예상보다 크다고 정정했다.

다만 일본 현지 매체에는 일본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문제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손상된 도금 장치는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델이고, 만약 같은 모델을 찾더라도 가동까지는 최소 1개월이 소요된다.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사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공장이 한 달 동안 가동을 멈추면 170억엔(약 1768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며 "한달 안에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공장 재개까지는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르네사스는 인피니언, NXP에 이어 전세계 3위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다. 2019년 미국 반도체 업체 IDT를 60억 달러에 인수해 경쟁력 제고에 나선 바 있다. 르네사스의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약 22조원)이 넘는다.

이번 화재로 인한 공장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전세계 반도체 수급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서 전세계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감산에 들어갔다.

닛케이아시아는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화재로 인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져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