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2003년 지주사 만들어 4.5兆 농심 경영권 승계...증여세 0원
500억원 들여 농심홀딩스 3자배정 유증·장내매수 참여…지분 36.4% 확보
주식가치도 650억원 올라…'절세+주가 상승' 두마리 토끼
신춘호 보유 농심株 상속 예상…상속세 500억 그칠듯

농심(004370)의 창업자인 신춘호 회장이 지난 27일 별세하면서 자녀들의 상속세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가 추정하는 상속세는 약 800억원이다. 92세에 영면한 고(故) 신 회장은 18년 전 지주사를 새롭게 만들고 이를 활용해 이미 장자(長子)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조만간 회장에 오를 신동원 부회장은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 절세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 김란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회장은 농심 지분 5.75%, 율촌화학 지분 13.5%(작년 말 기준)를 보유 중이다. 전날 종가 기준 주식 가치는 약 1681억원이다. 이 외에도 신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 미술품을 비롯해 현금, 보험금, 퇴직금 등까지 포함하면 자녀들이 상속할 재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26조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10억~30억원이면 4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30억원을 넘으면 세금 50%를 내야한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약 836억원의 상속세를 자신이 상속받은 비율만큼 나눠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는 고인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상속세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대기업 오너들이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내야 할 세금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농심의 상속세는 800억원으로 적은 편이다.

재계는 신 회장의 농심 지분은 장남 신동원 부회장에, 율촌화학 지분은 차남 신동윤 부회장에 상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대지면적 818.5㎡)은 지난해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에 증여됐다.

그렇다면 차기 회장에 오를 신동원 부회장이 낼 상속세는 5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4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내는 상속세 치고는 매우 적은 금액이다.

◇증여 없이 유상증자, 시간 외 매수로 농심홀딩스 최대주주 올라

이는 농심이 18년 전 미리 장자 승계 작업을 끝냈기 때문이다. 재계는 신동원 부회장이 2003년 신규 출범한 지주사(농심홀딩스)를 활용해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받은 과정에 주목한다.

슬하에 3남 2녀를 둔 신춘호 회장은 지주사 출범 전까지 9.96%의 농심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신 회장은 2005년 농심 12만주를 두 딸에게 증여했고, 2017년에는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에 10만주를 증여했다. 이후 신 회장의 농심 지분은 줄곧 5.75%로 유지됐다. 신 회장이 장남에게 증여한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는 셈이다.

신동원 부회장은 2003년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출범 당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신주 발행가는 3만원. 신동원 부회장은 유상증자에 약 283억원, 장내매수 등에 약 232억원을 들여 지분 36.83%(164만5858주)를 확보해 대주주에 올랐다. 회사 측은 "당시 신 부회장이 보유한 현금과 대출로 재원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후 341억원을 들여 6.54%를 추가로 장내매수한 그는 현재 42.92%를 보유한 농심홀딩스 최대주주다.

◇사전 승계로 수백억원 평가차익도…"미리 증여 계획 짜며 세금 절감"

일찍이 농심홀딩스 주식을 사들인 그는 수백억원의 평가차익도 얻었다. 전날 종가 기준 농심홀딩스 주가는 7만5800원으로 신동원 부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약 1509억원이다. 2003년 유증에 참여할 때 신주 가격(3만원)과 장내매수에 쓴 돈을 비교하면 약 653억원을 벌었다. 신동원 부회장이 지주사 출범과 유증을 통해 '절세'와 '주식 가치 상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원종훈 세무사(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는 "상속세를 피할 수 없다면 서두르는 게 정답"이라며 "배우자, 자녀와 함께 사전 증여 계획을 짜면 내야 할 상속세를 최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기업 입장에선 세금을 아낄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기업 가치가 낮을 때 미리 증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동원 부회장은 상속세 500억원을 연부연납(年賦延納)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상속세의 6분의 1을 낸 뒤 나머지를 5년간 나눠 내는 것이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을 비롯해 신세계 정유경 사장 등이 이런 방식으로 증여·상속세를 내고 있다.

오너들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기보다 배당을 받거나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을 써왔다. 기존 주식을 처분하면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해 농심·농심홀딩스에서 급여 18억원과 배당금 40억원을 받았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지분 상속을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