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연구소’ 플랫폼 총괄하는 임하은 매니저 인터뷰

"성격유형검사(MBTI)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코로나 세대는 자신의 성격별로 맞는 제품을 구매합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뉴미디어 종합 콘텐츠 기업 더에스엠씨 사무실에서 만난 임하은 시니어매니저는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다. 방구석연구소는 ‘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을 활용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더에스엠씨 사무실에서 만난 임하은 시니어매니저.

레이블링 게임은 MBTI 테스트처럼 자기 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레이블) 붙인 뒤, 해당 유형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알고 이를 동조·추종하는 콘텐츠다. 방구석연구소의 콘텐츠들은 이 레이블링 마케팅을 적용해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하고,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특징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즐길 거리를 만들고 자발적 공유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방구석에서 시작하는 ‘나’에 대한 연구소를 만들어보자"며 사내벤처 프로젝트 개념으로 시작한 방구석연구소는 반년 만에 월평균 60만~70만명의 이용자가 찾는 플랫폼이 됐다. 기획·개발·디자이너 등 운영팀의 구성원은 점차 늘어 현재 10명이 있고, 이들 모두 20~30대다.

3월에는 우리은행과 3·1절을 기념한 ‘#기억하_길(ROAD)’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8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12개의 문항에 답을 하면 MBTI 기반 알고리즘을 반영해 16개 독립운동가 유형 중 하나가 결과로 나오고, 이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면 어려운 환경에 놓인 독립운동가를 위한 사업에 1건당 1000원씩 기부되는 방식이다. 다음은 임 매니저와 일문일답.

방구석연구소에서 우리은행과 진행한 3·1절 기념 ‘#기억하_길(ROAD)’ 캠페인.

-레이블링 게임을 활용한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개념이 다소 낯설다.

"레이블링 게임은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대유행)에도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팬데믹 속 불안감에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콘텐츠에 브랜드를 녹이면, 더 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방구석연구소에서 했던 캠페인 중 가장 인기 있는 테스트는 무엇인지.

"LG생활건강(051900)과 함께한 ‘첫인상테스트’다. 원래 광고주가 제안한 목적은 인터넷 쇼핑몰 회원의 가입 수를 늘리려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제품(향수)을 갖고 싶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누구나 제일 궁금한 ‘첫인상’을 연결시켰다. MBTI 형식으로 16개 유형의 첫인상을 만들고, 이와 어울리는 향수를 추천하니 설득력이 확연히 높아졌다. 이 테스트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레이블링 게임 광고의 장점은.

"최근에 진행한 우리은행과 3·1절 기념 ‘#기억하_길(ROAD)’ 캠페인은 애니메이션, 음악 등 몰입감에 신경을 많이 써서 만들었다. 이에 ‘울컥했다’ ‘돈쭐내주겠다’ 등 후기가 많았는데, 영상이 아닌 참여형 콘텐츠에서도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MZ세대는 특히 ‘착한’ 콘텐츠를 선호하는데, 대표적인 MZ세대 연예인인 ‘고등래퍼’ 출신 이영지와 악동뮤지션 수현 등이 인스타그램에 공유해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움직임이었다."

-이용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되게 하는 비결이 있는지.

"사람의 본능을 건드리는 소재의 레이블링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방구석연구소를 처음 만들었을 때 연애능력, 인터넷 고인물, 아이돌 포지션 등 세 가지 테스트를 준비했다. 각각 대중적이고, 주 이용층을 겨냥하고, 파급력이 큰 특징을 지녔다. 여기에 저희만의 세계관이 있는 꾸꾸·짹이 등 ‘이십세들’이라는 지식재산권(IP) 캐릭터로 MZ세대가 모인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니 첫 바이럴의 파급력이 확실히 보장됐다."

방구석연구소 페이지.

-주로 어느 업계에서 연락이 많이 오나.

"유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광고 제안이 온다. 우리은행이나 미래에셋대우등 금융권이나 LG하우시스등 인테리어 업계 등과도 같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브랜드와 연결한 참여형 콘텐츠를 만들 땐 처음부터 제품과 연관된 레이블링 게임을 만들지, 아니면 결과에 드러나게 할지 등부터 정한다."

-기존 광고 마케팅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자발적인 확산이다. 기존 광고에선 소비자 한 명이라도 더 노출하려면 매체비를 그만큼 많이 써야 하는데, 레이블링 게임 광고는 재밌으면 10만 뷰도 소비자 스스로가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보다 보니 이에 걸맞은 제품 구매 욕구에 대한 설득력이 훨씬 높다."

-광고주 설득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 어려움은 없나.

"우선 기업에서 먼저 레이블링 게임 광고에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주시기에 진행에 어려움은 크게 없다. 개인정보 역시 방구석연구소에서 수집하지 않는다. 만약 플랫폼에 가입할 경우 성별, 연령, 생년월일 등을 받지만 테스트를 통해 나온 데이터를 기업에 전달한 경우도, 기업에서 이를 요청한 경우도 없었다."

-MZ의 트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MZ세대는 직접 만드는 가상세계의 콘텐츠에 익숙하다. 최근 포토샵·프리미어 등 제작 프로그램이 대중화하면서 누구나 영상이나 코딩을 통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가상과 현실을 결합한 ‘메타버스’와 같은 참여형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나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증강현실(AR) 기반 3D 아바타 애플리케이션(앱) ‘제페토(ZEPETO)’ 등 자신의 정체성을 가상세계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광고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앞서 말한 메타버스가 새로운 광고 통로로 떠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특정한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플랫폼 안에서 레이블링 게임을 통해 확립한 나라는 주체가 있으면 그게 바로 메타버스 아니겠나.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빨리 이루어졌는데, 방구석연구소에서도 이를 이용한 참여형 브랜디드 콘텐츠를 더욱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