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전국에서 시행 중인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4·7 재·보궐선거 유세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해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유세 과정의 5인 이상 모임은 방역 위반으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5일 백브리핑에서 "선거운동 특성상 유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는 부분은 (사적) 모임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가급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서로 주먹을 부딪치며 악수는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5인 이상 모임 자체는 규제 대상이지만, 선거 유세 과정에서 5인 이상의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상황을 일일이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법상 선거운동에는 (방역수칙과 관련한) 제한이 없다"면서 "후보자들이 방역수칙 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적 영역이라도 선거운동을 5인 금지 예외로 두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모(55)씨는 "지난해 말부터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면서 회식 손님도 크게 줄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선거 유세 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피해 가는 것도 아닌데 방역 수칙을 입맛대로 적용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에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관련해 (선거만을) 예외로 둔 것은 아니다"라며 "선거운동 진행 중 실내에서 5인 이상 모임을 가져 코로나 전파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금지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감염 상황이 지난해 4월 15일 열린 총선 당시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역당국의 이 같은 혼재된 메시지로 인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신규 확진자 규모는 두 자릿수였다. 총선 일주일 전인 지난해 4월 9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39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 기간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계속된 3차 유행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아 코로나 확산 위험이 큰 상황이다. 최근 확진자 수는 지난해 총선 일주일 전보다 약 10배 많은 하루 400명 수준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26일 기준 494명을 기록했다. 10주째 하루 300~4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재보궐 선거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과 부산에서 실시되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매일 1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에는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오히려 선거 유세 때 기존보다 더 철저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로 접어드는 만큼 재·보궐선거 유세 과정에서 방역 수칙을 오히려 강도 높게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총선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500~600명대 확진자가 코 앞인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하면서 선거 유세나 공적 모임을 풀어주는 것은 형평성과 실효성이 부족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선거운동을 하는 이들의 책임 의식이 중요하다"면서 "사적 목적에 대해서만 5인 모임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선거 유세 이후 모임이나 회식 금지 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