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로 움츠렸던 미국 항공사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여름 휴가를 계획하려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미국 항공사들이 항공노선을 신설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들은 최근 몇 주 동안 150개 이상의 미국 내 항공노선을 추가했다. 작년엔 비행기가 운행되지 않았던 하늘길을 다시 여는 셈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5월 말부터 50인승 비행기로 도시에서 휴양지 사이를 오가는 항공노선을 신설했다. 해당 항공편은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밀워키 등 도시지역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힐튼헤드,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 등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로 승객을 실어나를 계획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 노선을 포함해 여름철에 24개 이상의 새로운 항공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항공편이 모두 운행되면 2019년의 52% 수준의 가동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 항공편이 멈추면서 2019년 대비 12% 가동률을 기록했던 것보다 상황이 크게 나아진 셈이다.

델타항공도 지난주 20개의 새로운 항공노선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델타 항공은 몬트리올의 글래셔 파크나 와이오밍주 잭슨홀 행 항공편을 새롭게 추가하고, 알레스카행 항공편을 증편하는 등 항공노선 증설 계획을 밝혔다.

항공업계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인 미국 공항을 통과하는 승객 수도 급등했다. 지난 일요일인 21일엔 150만명이 넘으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수요 증가의 직접적 원인은 민간 여행수요 증가다. 백신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집단면역 달성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몇달 뒤인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100명당 37.83회분 수준으로, CNN 추산 이르면 6월에 집단면역 달성이 예측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얼마전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모든 미국인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일 수 있도록 하겠다"말한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미국의 여행예약사이트 호퍼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여행 관련 검색량이 63%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미국지부 네트워크 계획 부서의 부대표 안킷 굽타는 "예약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엔 사람들이 3개월 후 여행일정을 잡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예약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예약률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항공사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업 고객들의 항공수요 회복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무디스 투자 서비스는 비즈니스 여행의 10%에서 30%정도는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줌(Zoom) 등 화상회의 수단이 발전하면서 회의를 위한 출장 여행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