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범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서울 한강변 부동산 일대에 화색이 돌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간의 행적과 공약에 따라 한강변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강 주변 아파트 단지

오 후보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의 도시공간 구조를 개편하는 ‘한강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한강 르네상스는 세빛둥둥섬을 비롯해 ▲용산 국제업무지구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상암 DMC 랜드마크 등 한강 일대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사업들이 포함됐다. 부가가치의 생산 축을 한강변에 두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중 용산 국제업무지구나 DMC 랜드마크 등은 후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난관에 빠졌다. 이 지역들은 개발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8·4대책에서 대규모 공공주택 택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정대로 개발이 이뤄진 것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건설이 거의 완료됐던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뿐이다.

오 전 시장은 한강 일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주택을 공급할 계획도 세웠었다. 10곳의 한강변 전략·유도정비구역을 지정해 최고 50층에 달하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박원순 전 시장에 의해 해제됐다.

여의도·압구정·성수·합정·이촌의 전략정비구역 중 가장 오래 남아있던 성수전략정비구역의 경우 추진위 설립·조합설립인가 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해 서울시가 최고층이 35층을 넘을 수 없다는 이른바 ‘35층 룰’을 적용시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세웠던 한강 르네상스 계획

오 후보는 시장이 되면 좌초됐던 한강 개발계획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4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다시 한번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을 내세웠다.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공약은 한강변 정비사업의 용적률 고도제한을 현행 35층에서 50층까지 풀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5년 안에 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중·장기 공약을 내놓은 오 후보는 이같은 한시적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공급을 유도해 내 공급 공약의 주요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오 후보의 25개 자치구별 공약을 살펴봐도 한강변에는 개발·정비사업 완화 공약이 집중됐다. 한강변 일대에서는 오 후보로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자 환영하는 반응이 나왔다.

용산구 서부 이촌동의 한 주민은 "용산 정비창 계획이든 서부 이촌동 정비사업이든 박원순 시장 시절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오 후보가 당선된다면 용산이 다시 떠오르지 않겠나"라고 했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최근 재건축 훈풍이 불고 있었는데 오 후보가 당선되면 더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박원순 전 시장은 서울시라는 행정구역 안의 내부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풀어내는 정도로만 접근했다"면서 "오세훈 후보의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은 한강변 중심의 경관과 기능·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청사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년 2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에 모든 것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세계적 메트로폴리스인 서울의 중심에 상징성을 부여할 랜드마크가 도시의 위상과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적절한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창무 교수는 "10년이 지나면서 서울의 중심권이 남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중심을 한강으로 옮기려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한강 르네상스를 그대로 다시 밀어붙이기보다는 현재 환경에 맞는 방향으로 ‘톤 다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송승현 대표는 "부동산값이 폭등한 현 상황에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소외지역부터 우선 개발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한강변 자치구 공약

실제 추진 과정에서 난항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강변 개발·정비사업의 규모가 워낙 막대한 만큼 자금 소요 문제나 정치·사회 갈등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이다. 송승현 대표는 "오 후보의 공약은 장기 호황 환경에서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침체기에 경제적 동력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홍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창무 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구상에 따라 이미 형성된 이해관계들이 있어 오 후보가 사업을 진행할 때 반발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서울시장 재임기와 달리 110석 중 102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울시의회와 25개 자치구 중 24개 구청장이 민주당인 서울의 정치지형도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재추진에 필요한 조례 개정·예산 확보 등 행정 지원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