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 제재심 결정 재심사
윤석헌 금감원장 중징계 기조에 제동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이 정한 제재(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한 징계)가 적정한지를 검토, 심사하는 전담 팀을 구성한다. 금융위 내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법률 전문가들을 모아 금감원이 결정한 제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한 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금융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결정한 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한 징계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의 경우 증선위를 거쳐 금융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라간다. 이외 법령 위반 사항은 금융위 안건으로 바로 상정된다. 또 대부분의 안건은 제재심에서 정한 징계 수위가 그대로 증선위와 금융위에서 의결돼 사실상 제재심이 징계에 관한 전권을 갖는 구조다.

금융위가 자체 법률 전문가들을 동원해 제재심 징계의 적합성을 살피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최근 라임· 옵티머스 펀드 등으로 금융사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중징계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강도 높은 징계를 확정해야 하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들과 증선위원들은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징계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데, 금융위는 이런 작업을 도와주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위의 이번 전담팀 구성은 금감원이 제재심을 통해 징계권을 남발한다는 반발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금감원의 상위 조직인 금융위가 법률팀을 신설해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횡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윤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 제재심은 금융사와 금융사 CEO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징계를 해왔는데,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징계가 법적으로 정한 테두리를 넘어서거나 법을 과도하게 해석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사모펀드를 불완전하게 판매했다며, 금감원이 증권사 대표이사나 은행장뿐 아니라 금융지주회사 회장까지 징계를 추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윤석헌(오른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융위 내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법률 전문가 중 일부를 모아 전담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 팀은 금융위와 증선위에 올라오는 금감원 제재심 안건들을 검토하는 업무를 담당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팀 구성 인력과 출범 시기를 조율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 만들어질 팀은 금감원 제재심에서 제대로 제재가 이뤄진 것인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금감원은 민간 조직이다 보니 이곳에서 정한 제재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와 증선위에) 최근 중요한 징계 안건이 계속 올라오는데도 심사위원들을 도와주는 조직이 없었다"며 "위원들의 업무를 돕기 위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제재심에는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금감원에 파견 나온 현직 검사인 법률자문관이 당연직 제재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현직 변호사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변호사 등 전문 법률인력들이 대거 위원으로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제재심의위원 23명 중 법무법인이나 법률전문대학원, 검찰 등에 속한 법조인들은 16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금융위의 이번 방침이 단순히 금융위 상임위원들과 증선위원들을 돕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 제재심의 결론을 다시 검토, 심사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 전문가들을 동원한다는 것은 윤 금감원장의 중징계 일변도의 기조에 금융위가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각각 중징계인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도 '주의적 경고'를 통보하며 제재심을 진행 중이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3개월 직무정지를 통보받았다.

영업점에서 판매한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은행장과 증권사 사장은 물론 금융지주사 회장까지 징계를 추진하는 경우는 이례적이어서 이에 대한 논란은 확산되는 상태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윤 금감원장이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법률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징계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점점 제재가 많아지고 제재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짚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 갑자기 (제재심의 결정을) 증선위나 금융위에 바로 올린다는 게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 상임위원들과 증선위원들이 부담도 느끼고 금융사들의 이의 제기도 많아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