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공개부터 아이템 판매 금지까지
자율규제로 소비자 보호 불가능한 상황
게임업계는 '편의주의적 입법' 반발
"산업 발전·사용자 편의 증진 방법 찾아야"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2M' 실행 화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시작된 게임업계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확률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는 개정안부터 일부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한 개정안은 11건이다. 이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 관련 개정안은 총 5건으로 올해에만 3건이 발의돼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게임의 등급과 내용,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야당 의원들도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문체위 법안소위 심사를 시작으로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개정안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법 통과 여부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당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일부개정안도 주목받고 있다. 유 의원은 이달에만 2건의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뽑기로 나온 아이템을 결합해 더 강력한 아이템을 만드는 일명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유 의원은 "게임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만 확률을 공개해 이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보를 배제하고 있다"며 "더는 자율 규제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소비자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했다.

그래픽=송혜윤

야당에서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주 게임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있다. 확률 조작을 사용자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게임회사에 '이용자 위원회'를 만드는 게 골자다. 하 의원은 "확률을 공개하면 확률 조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공개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가, 신뢰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게임법 개정안과 별개로 하 의원이 접수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하 의원은 지난 16일 리니지(엔씨소프트),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마비노기(넥슨), 모두의 마블(넷마블) 등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정치권에서는 공정위가 지난 2018년 확률 문제로 과징금을 부과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임업계에는 정치권의 직접 규제 움직임을 경계하는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게임업계의 주요 수익원인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금지하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부 폐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법으로 모든 걸 규제하겠다는 건 편의주의적 입법에 불과하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자율 규제를 통해 산업 발전과 사용자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