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퇴 후 첫 외부 일정
19일 김형석 명예교수 자택서 만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후 첫 외부 일정으로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오후 김 교수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찾아 2시간 가량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부친을 통해 김 교수에게 연락을 했고, 김 교수가 바로 수락해 당일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김 교수를 만나 "교수님, 제가 정치를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김 교수는 애국심이 있는 사람, 그릇이 큰 사람, 국민만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를 해도 괜찮다. 당신은 애국심이 투철하고 헌법에 충실하려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정치하라고 권하지도 않겠지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너무 걱정은 하지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교수는 또 '상식' '정의' 등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는 게 상식"이라고 했고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나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 이라고 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에게 "언제든 또 오라"고 했고, 윤 전 총장은 "다시 찾아 뵙겠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현 정부에 대해 "국민의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인권이 훼손됐고, 정신적 사회질서까지 상실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지금의 정치는 문재인 정권을 위해 존재하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열과 대립을 넘어 투쟁 일변도의 사회상을 만든 정부"라며 "'우리 총장'이라고 앞세웠던 윤석열이 조국 사태와 청와대를 포함한 현 정권의 비리와 위법을 법에 따라 수사한다고 해서 추방한 실세들이 누구인가"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