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해외 자산마저 처분할 수 없는 위기에 몰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칭화유니그룹의 로고.

이에 따라 한때 중국 반도체 자급 계획의 선봉에 섰던 칭화유니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채무 탕감 없이는 자체 회생이 어렵게 됐다.

칭화유니는 중국 국립 칭화대학이 1988년 설립한 반도체 전문 그룹으로 중국 정부의 국무원이 경영하는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산하에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등이 있다.

FT에 따르면 홍콩 지역 칭화유니 채권단은 홍콩 법원에 칭화유니 해외 자산 동결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제출한 요청서에서 칭하유니가 중국 본토 외 역외 자산을 처분해 중국 본토로 옮기지 못하도록 요청했다.

채권단의 요청대로 될 경우 칭화유니는 본토의 채무 조정을 위해 해외 자산을 처분해서 돈을 옮길 수 없게 된다. 칭화유니의 정확한 해외 자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칭화유니는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의 선봉이었다. 중국 화웨이의 설계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미국의 제재를 받자 연구 인력 대부분을 쯔광짠루이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양쯔메모리는 충칭시와 함께 메모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8000억위안(약 13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2017년에는 각종 국영 조직으로부터 2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자오웨이궈 칭화유니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인수 합병(M&A)을 시작해 2018년에는 약 3조원을 들여 프랑스 스마트칩 업체 랑셍을 인수했다. 휴렛팩커드나 웨스턴디지탈 같은 서방 기업에서 사업부 및 지분도 사들였다.

그러나 칭화유니는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M&A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었고, 그렇게 사들인 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

다국적 채무 전문 통신사 데트와이어에 의하면 칭화유니의 채무는 2020년 6월 기준으로 2029억위안(약 35조2274억원)으로 이 가운데 4분의 1은 올해 중반에 만기가 돌아온다. 칭화유니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연쇄적으로 중국 본토 회사채 만기를 못 갚아 디폴트를 선언했다.

결국 칭화유니가 살아나는 방법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부채 탕감뿐이다. 캐나다 컨설팅업체 셀시어스 그룹은 현재 시진핑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계열의 정치적 긴장으로 인해 칭화유니의 채무 탕감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