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커 8초만에 매료시키려고 출발했지만…
코로나로 명동상권 무너지며 명동본점 철수
삼성물산 "쇼핑몰 입점·온라인 강화"

삼성물산(028260)패션부문 SPA(제조·유통일괄화)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명동본점을 폐점한다. SPA 산업이 2010년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방 고객이 줄며 성장이 정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잇세컨즈 명동점 매장.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잇세컨즈는 오는 31일 건물 3층 규모의 명동본점을 폐점한다. 2016년 9월부터 운영한 단독 매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명동 매장 2개 중 1개 문을 닫는다"고 했다.

회사는 해당 매장의 영업을 종료하고 온라인 배송센터나 다른 브랜드의 아웃렛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건물은 삼성물산이 소유하고 있어 매장 임대 계약기간에 대한 제한은 없다.

에잇세컨즈는 일본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기획 단계부터 직접 챙긴 주력 브랜드다.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등 해외 SPA 브랜드가 주도하던 국내 패션 시장에서 대기업이 처음 만든 SPA 브랜드였다. 자라보다 30% 값이 싸고 유니클로보다 유행에 빠르다는 전략으로 2012년 2월 가로수길에 1호점을 냈다.

같은해 명동점과 강남점을 열었고, 2016년에는 명동본점과 중국 상하이에 초대형 매장을 동시에 열었다. 구매력 높은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를 잡기 위해서였다. 에잇세컨즈는 ‘8초만에 중국을 매료시킨다’는 의미로 애초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브랜드였다.

그래픽=송윤혜

그러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제재로 2년만인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어 코로나로 명동 상권을 찾는 중국인과 내방 고객이 줄며 명동본점도 연달아 폐점하게 됐다. 현재 삼성물산은 전국에 57곳의 에잇세컨즈 매장을 운영중이다.

업계는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방 고객이 줄어든 것을 폐점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며 패션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SPA 산업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유행하는 옷을 자주 구입해야 이윤이 남는 구조다. 기업도 수만장 단위로 원단을 주문해 원가를 낮추고 디자이너 한 명이 매주 여러 디자인을 뽑아내 박리다매로 판매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외출하기 위해 옷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었고 온라인으로 쇼핑 흐름이 옮겨간 것이 이같은 전략의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2012년 1조8424억원에서 지난해 1조5500억원으로 매출 2조원의 벽을 넘지 못하며 정체 상태다.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2012년 65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3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에서 패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3.03%였으나 지난해 5.11%로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에잇세컨즈의 단독 매장을 줄이는 대신, 쇼핑몰·아웃렛·백화점에 입점시키는 매장을 늘리고 온라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쇼핑몰에서 쇼핑하고 밥 먹고 문화도 즐기는 ‘몰링’ 소비가 이뤄지고 있어 단독 매장보다 쇼핑몰 입점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삼성물산 온라인몰(SSF샵)을 중심으로 기획전을 열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