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동력은 옛말, 인건비 상승에 中 떠나는 글로벌 기업
中 정부, 첨단 로봇기술로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에 포커스
글로벌 '빅4' 산업용 로봇 기업도 中과 협업해 시장 장악

세계 제조업의 중심인 중국이 주요 거점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건비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 등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산업용 로봇을 통한 생산자동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스위스, 독일 등의 산업용 로봇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생산자동화 기술의 틀을 닦아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기업 중 하나인 화낙은 중국 상하이에 260억엔(한화 약 2700억원)을 투자해 생산 시설을 증산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생산 자동화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 상하이시와 각각 절반씩 출자한 합작회사를 통해 자동화 생산시설의 생산능력을 계속해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화낙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조립 공정.

니케이는 이번 투자 배경으로 중국에서 최근 폭넓은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생산 자동화 수요를 꼽았다.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 전자제품, 건설기계, 물류 등에도 산업용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화낙, 야스카와, 스위스의 ABB, 독일의 쿠나 등이 경쟁적으로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화낙뿐만 아니라 ABB 역시 충칭에 위치한 로봇활용센터, 공정센터 설립을 바탕으로 중국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창안포드, 팡안자동차 생산라인에도 자사의 산업용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광둥, 광시, 하이난 지역에도 가전, 전자, 자동차, 식품음료 생산라인에도 로봇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화낙의 경쟁사인 야스카와 역시 지난 1999년 상하이 지역에 상하이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11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으며 2013년에는 창저우 공장을 설립해 대형 로봇 생산 라인을 가동했다. 2015년에는 메이디그룹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이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의 투자와 기술 유치에 나선 것은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라는 중국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낮은 임금과 각종 정부 인센티브로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주요 생산 거점으로 중국을 삼아왔지만 점점 높아지는 임금 수준으로 인해 베트남, 인도 등 새로운 거점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대만 지역의 제조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 공장을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으로 옮기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과 미중 갈등 등을 꼽았다. 섬유, 신발, 가구, 자동차 부품, 기계장비 등 중소기업들 역시 하나둘씩 중국을 떠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16년 대비 중국 상하이 지역의 최저임금이 13%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역시 중국 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글로벌 기업의 이전을 예상하고 낮은 임금을 통한 성장보다는 산업 자동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해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용 로봇을 첨단설비 제조업의 주요 업종으로 확정하고 국가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설정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로봇산업을 중점 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우수기업 육성,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구체적 지원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중국 산업 고도화, 제조강국 도약을 위한 로드맵인 '중국제조 2025'에서 로봇을 제조업의 10대 전략적 육성산업으로 제시하면서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바 있다. 현재 중국은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해 산업용 로봇 및 그 부품, 운송용 로봇 등은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로봇산업 경쟁력을 집중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 로봇산업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의 중장기 지원·육성계획과 지방정부의 산업단지 조성을 두 축으로 자국 기업과 글로벌 빅4(화낙, ABB, 야스카와, 누카)의 협업 등을 통해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