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사스 주력 '나카공장' 1층서 큰 화재 발생
"유독 가스 심각해 화재 현장 상황 파악 지연"
가뜩이나 반도체 부족한데…"엎친 데 덮친 격"

일본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일본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생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0일 보도했다.

르네사스는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 중 하나다. 2019년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 IDT를 60억달러에 인수했다. 르네사스의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약 22조원)가 넘는다.

이번 화재는 전날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 시 소재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주력 공장인 나카공장 1층에서 발생했다. 이곳은 최첨단 제품인 300㎜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시설로 주로 자동차 주행을 제어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이다. 현재 해당 공장은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사측은 사고 직후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현장 검증에 나섰다. 다만 화재 현장 전체에 유독 가스가 퍼져있어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르네사스 관계자는 생산 재개 시점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이번 화재는 전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앞서 르네사스는 대만 TSMC 등 외부에 위탁하던 반도체 일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다. 불이 난 공장 건물은 TSMC에서 이관한 첨단 제품의 양산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반도체 부족 문제를 악화시킬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르네사스의 주요 고객인 도요타자동차가 화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요타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반도체 부족과 추운 날씨로 체코공장 조업을 2주 간 중단한다고 발표했었다.

한편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원격 작업 증가로 노트북, 태블릿 및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칩 제조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칩 대신에 가전용 반도체칩 생산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완성차 업체들도 조업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 2월 미국을 강타한 한파로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도요타에 이어 일본의 닛산자동차도 미국 테네시주와 미시시피주 소재 생산라인 일부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멕시코에 있는 공장도 조업을 중단했다.

혼다자동차도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공장을 내주 중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폴크스바겐도 역시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포르투갈에 있는 공장 문을 닫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