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구성원이 내국인보다 감염 위험이 높은 것도 아닌데 국적을 기준으로 행정명령까지 내리는 행위는 명백한 차별 행위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행정명령을 잇따라 내리면서 차별 논란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교원들을 채용 중인 대학으로도 반발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 및 경기도 내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19 전수검사 행정명령에 따라 검사를 받으러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부터 서울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게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는 31일까지 행정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추가 감염을 일으킬 시 방역 비용과 치료 비용 등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앞서 경기도도 지난 8일 이같은 행정명령을 내리고 검사를 시행 중이다. 다만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외국인만 채용하도록 한 신규 행정명령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시내 외국인 근로자 수는 7만5322명이다. 미등록 외국인까지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이번 코로나 검사 행정명령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 이틀 간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은 인원은 1만573명이다.

그러자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내국인과 구분지어 검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는 전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한국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이런 조치는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며 "우리는 이런 절차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고 신속히 제공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상공회의소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 항의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 및 연대와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차별적인 관념과 태도가 생산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외국인들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신속하게 차별과 침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지난 18일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교수 뿐만 아니라 연구실 조교와 근로장학생까지 이번 서울시 행정명령에 포함되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행정조치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행정명령은 차별행위로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서울시에 행정명령 철회를 요청했다.

인권센터는 "집단감염 발병의 근본 원인은 근로자들의 국적에 있지 않다. 이번 행정명령은 국적을 기준으로 한 차등대우"라며 "이번 조치는 집단감염 확산 방지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적정 수단으로서의 근거는 희박한 반면, 외국인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사회적 낙인과 불이익은 크다"고 밝혔다.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도 "서울대엔 전임교수와 시간강사, 연구원까지 총 650명가량의 외국인 교원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학교로 보고된 감염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며 "서울시가 행정명령 불이행으로 인한 감염 확산 시 구상권까지 청구하겠다고 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교원 구제를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르면 이날,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인 22일에는 인권위에 긴급 구제를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 의무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대학들도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한 내부 논의를 시작하는 분위기다. 연세대 등은 행정명령이 내려진 만큼 우선은 교내 외국인 구성원에게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안내하면서도 서울시에 추가 질의 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을 뿐, 외국인을 차별할 의도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이날 오전 온라인 브리핑에서 "(비판) 의견들을 잘 듣고 진행 과정에 참고하겠다"면서도 "그간 방역상 위험도가 높은 불특정 다수에 대해 검사이행명령을 발동하는 경우에도 차별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건강과 집단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