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북한 비핵화' 반복해서 쓰자
정의용 "한반도 비핵화가 더 올바른 표현"
美 국무부 "북한 불법 대량살상무기 강조용"
전문가 "北에 한반도 비핵화는 美 핵우산 없애는 의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이 "북한 비핵화" 발언을 하자, 정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18일(현지 시각) '북한 비핵화' 표현은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WMD)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두 표현에는 다소 의미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 회의)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되게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썼다.

반면 정의용 장관은 '북한 비핵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한 비핵화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며 "우리가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표기하는 것은 우리는 비핵화를 했기 때문에 북한도 우리와 같이 1991년도 합의에 따라 비핵화를 같이 하자는 의도다. 북한도 우리 의도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정 장관 발언에 대해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나와있는 것처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이 불법이고 국제사회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까지 써 왔던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는 물론,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과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RFA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다른 개념"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자주 밝힌 것처럼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미동맹, 주한미군, 미국의 핵우산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라고 하는 것은 비핵화 개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혼동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의 목표에 대한 모호함을 없애기 위해 '북한 비핵화'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