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정책 전담 '독립적 행정위원회' 설치"
"'동일 부지에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확보' 우선 고려" 등 주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가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맡는 독립적 행정위원회도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월성 원전 단지 내부에 조성된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 설비. 앞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오른쪽 아래 단의 흰색 원통형 설비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지은 캐니스터(300기), 왼쪽 위 단의 창고 스타일 콘크리트 건물이 2007년부터 운용해온 맥스터(7기). 앞쪽 넓은 공터는 추가로 맥스터 7기를 짓기 위해 미리 닦아놓은 부지다.

재검토위는 18일 사용후핵연료 정책 전반에 걸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2019년 5월 재검토위 출범이후로는 21개월만이다. 2018년 5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 구성 때를 기준으로 하면 2년 9개월만의 결과물이다. 정부는 이번 권고안을 받는 대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내 착수하는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재검토위 권고안을 반영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7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만들면서 국민과 원전 소재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면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는 2029년까지 영구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고, 2036년까지 중간저장 시설, 2053년까지 영구 처분장을 짓는 내용 등이 들어가 있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 2019년 5월 이후 전국과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치고, 4개 기관의 법률 정비 자문 결과 등을 담아 마련됐다.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 ▲정책결정체계 ▲영구처분시설 및 중간저장시설 확보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관리시설지역 지원원칙 및 방식 ▲임시저장시설 확충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 및 포화 전망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 개발 등 8개 의제에 대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권고안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려면 개념 정의부터 부지선정 절차, 유치지역 지원 등 다양한 사항을 법에 명시하라는 것이다. 특히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 논란처럼 사회적 갈등이 컸던 임시저장시설에 대해서도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합리적 지역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관리시설 부지 선정도 관련 절차를 법으로 만들고, 관리시설 유치지역의 지원 범위·방식 및 의견수렴 방안 등도 법제화하라고 권했다.

재검토위는 관리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독립적인 행정위원회 신설도 주문했다. 행정기능과 더불어 규칙 제정을 할 수 있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한 만큼 현행 정책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과거 공론화위원회 등이 제안한 범부처 회의체, 자문위 등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정책결정 체계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한 집행력 등을 바라는 국민 의사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재검토위는 기존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에 더해 중장기 기술발전과 미래세대 등을 고려해 의사결정의 '가역성', '회수 가능성' 원칙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가역성 원칙은 처분사업 각 단계에서 처분장 개발의 이전 단계로 의사결정을 되돌리는 것을 의미하고, 회수가능성 원칙은 안전성과 기술개발 등의 사유로 처분된 방폐물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에 관련해서는 같은 부지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모두 확보하는 것을 우선하되, 중간저장시설의 별도 확보 등 다른 의견이 있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라고 권했다. 중간저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인수해 처리하고 직접처분한기 전에 일정 기간 저장하는 것을 의미하고, 영구처분은 사용후핵연료를 생활공간으로부터 영구 격리한다는 의미다.

국내에는 임시저장시설만 있을 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없다.

김소영 재검토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 후 취재진에게 '지난해 5개 원전 소재지 중 경주를 제외한 울진, 기장, 영광, 울주에서는 지역실행기구를 통한 공론화를 하지 못했는데, 이들 지역에서 공론화를 못한 것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임시저장시설 관련 법적인 정의나 건설 절차가 제도적으로 매우 미비한 현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의견수렴 및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경우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임시저장시설 관련 문제는 위원회를 떠나 향후 마련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논의는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과 함께 시작됐으나 진척이 없었다. 1983년부터 계속된 관리시설 부지확보 시도도 9차례나 되지만 모두 성과 없이 끝났다. 2016년에는 20개월에 걸친 공론화 끝에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 없이 법정시한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