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등 유럽 각지서 3차 재유행 조짐 뚜렷
"갈길 바쁜데"…백신 접종 중단으로 집단면역 미뤄져
美 전문가들 "보건당국 결정에 백신에 대한 신뢰감 떨어져"

유럽 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중단된 가운데 3차 대유행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접종 부작용 우려로 유럽 16개 국가가 접종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백신 확대가 제동이 걸린 가운데 확진자, 사망자수가 치솟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일반 시민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거부감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의 파브리치오 프레글라이스코 감염학 박사는 WSJ와 인터뷰에서 "각국의 접종 중단 결정으로 백신 보급이 지연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과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유럽의약품청(EMA) 등 유럽 규제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다고 해도 이미 백신은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우려했다.

백신 접종 후 각국에서 혈전 생성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실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중단된 이후 유럽 각국에서 코로나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맹렬한 속도로 재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의 17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8501명으로, 작년 11월 2차 봉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지난 7일간 일일 평균 신규확진자는 2만6000명으로,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415만명에 달했다.

독일 역시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480명으로 1주일 전 같은 날보다 1228명 늘었다. 하루 사망자는 238명이었다.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3.7명으로 전주, 67.5명보다 많이 상승했다. 1∼2월만 해도 뚜렷하게 감소했던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16일 하루 사망자가 502명으로 2개월만에 다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헝가리 역시 연일 사망자수 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폴란드의 경우 확진자가 늘자 4월까지 전국적인 셧다운을 선언했다. 외신은 이처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것은 느린 백신 보급도 있지만, 영국발 변이 등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앞서 유럽연합(EU)의 유럽의약청(EMA)은 그동안 논란이 된 백신 접종 뒤 혈전 문제 등 위험이 설령 있다고 해도 백신 접종의 혜택이 이를 압도한다며 백신 접종 지속을 권고했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EU 내 영향력이 강한 4개국은 논의를 통해 서로 백신 접종을 중단하자고 결정한 바 있다.

지난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피가 혈관 속에서 뭉치는 혈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부작용 우려가 높아져 현재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이 접종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EMA는 현재 심각한 부작용 사례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쿡 청장은 백신을 계속 맞아야 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의 감염학 전문가들은 유럽 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전염병 권위자 안소니 파우치 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보고된) 혈전 사례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건수보다 많지 않다"며 "유럽의약품청(EMA)도 혈전과 백신의 관련 징후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의 백신 교육 센터장 폴 오핏 박사는 "(접종 중단은) 백신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일으킨다"며 유럽국가들의 접종 중단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