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책硏, '적정 법조재직연수에 관한 연구' 보고서 발간
판사 임용의 기준이 되는 '법조경력 연수'가 현행 5년에서 10년까지 강화될 경우, 신규 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판사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재직연수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법조일원화로 인해 요구되는 판사의 자격 요건, 특히 10년 경력을 요구하는게 적절한 것인지를 객관적·실증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대법원은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에 따라 법조일원화 제도를 도입했다. 일정한 법조경력을 갖춘 기성 법조인 중에서만 판사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2013년부터 3년, 2018년부터 5년, 2022년부터 7년, 2021년부터 10년의 최소 재직연수를 보유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보고서는 최소 재직연수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판사 신규임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무능력, 성품, 소명의식 등을 종합으로 평가·검증하려면 지원자가 충분히 판사직에 지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 등 사법선진국에 비해 '판사직 지원율(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특히 10년 이상 장기 경력자들 지원율은 매우 저조한 편인데, 오는 2026년부터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법원이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입사 10년차가 경과하면 대체로 유학에서 복귀해 승진심사를 앞두거나 이미 승진했기 때문에 전직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또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이후 전체 법관의 평균 연령(2019년 기준 42.9세)이 꾸준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신임 법관들이 의무적으로 법원에서 4년 이상 배석판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평균 40세 가량은 돼야 비로소 단독재판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법조재직 연수를 현행 5년으로 유지하더라도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의 '젊은 단독재판장'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이 2020년도 신임법관 155명(118명 응답)과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 125명(76명 응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판사 임용을 위한 10년 재직연수가 '부적절하다'는 답변이 '적절하다'는 답변보다 많았다. 신임법관은 부적절하다는 답변이 83%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법관대표의 경우에도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이 73.7%였다.
이밖에도 미국, 영국 등 사법선진국과 비교해봐도 우리처럼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이나 요구하는 경우는 없거나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국민들은 여전히 법원과 법관에 대해 가능하면 모든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판결문도 상세히 작성하며, 가급적 합의부에서 재판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10년 이상 경력자로만 구성될 경우 이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법조재직연수로 5년이 언급되지만 이 역시 잠정적 결론일 뿐이며 향후 1심 단독심화가 강화되고 국민들 인식이 변화할 경우 해당 기준은 언제 또 상향될지 모른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판사 임용을 위한 재직연수는 국민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도 보장된 법관들로부터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그 안전장치가 너무 과도해 오히려 좋은 재판이라는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법원은 항상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