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핀테크(금융 기술) 기업 앤트그룹의 사이먼 후(후샤오밍·51)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의 정부 비판 후 홍콩·상하이 상장이 무산됐으며, 정부 명령에 따라 금융지주사로 기업 구조 재편을 진행 중이다. 후샤오밍 CEO의 갑작스런 사임은 앤트그룹이 겪고 있는 혼란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앤트그룹은 후샤오밍이 개인적 이유로 CEO직을 사임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사회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

에릭 셴둥 징(징셴둥·48) 앤트그룹 이사회 의장이 CEO직을 겸임한다. 징셴둥 신임 CEO는 2016년 10월~2019년 12월 앤트그룹의 CEO를 지낸 바 있다.

전임·후임CEO 모두 앤트그룹 상장 중단 직전 마윈과 함께 중국 금융 규제 당국에 불려간 인물이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에서 중국 정부의 금융 규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로부터 9일 후인 11월 2일, 중국 금융 당국은 앤트그룹의 지배주주인 마윈과 경영진인 징셴둥, 후샤오밍을 불러 앤트그룹의 금융 사업을 지적했다. 이어 하루 뒤인 3일 밤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을 중단시켰다. 규제 환경 변화를 이유로 댔다. 앤트그룹 상장은 340억 달러(약 38조 원)를 조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기업공개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사이먼 후(후샤오밍) 앤트그룹 전 최고경영자.

중국 정부는 이어 앤트그룹에 금융사로 사업 구조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알리페이)로 시작해 대출, 투자, 보험, 신용 평가 등 금융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중국 개인 대출의 10%가 앤트그룹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은행이나 보험사처럼 금융 사업을 하고 있지만, 금융사처럼 엄격한 규제와 감독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앞으로는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앤트그룹에도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뜻이다. 중국 정부는 핀테크 산업 규제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8억 명 이상 데이터를 가진 앤트그룹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앤트그룹은 이날 핀테크 플랫폼으로서 지킬 자기 규율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용 위험 통제를 강화하고 자금이 부동산·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예방하겠고도 했다. 중국 정부의 금융 시스템 위험 방지 기조를 따르는 조치다.

후샤오밍은 앤트그룹을 결제 서비스 회사에서 핀테크 그룹으로 성장시킨 핵심 인물이다. 중국건설은행과 중국광다은행을 거쳐 2005년 알리바바로 옮겼다.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을 넘나들며 여러 직책을 맡았으며 2019년 징셴둥의 뒤를 이어 앤트그룹 CEO로 발탁됐다.

징셴둥은 광저우 펩시콜라 베버리지를 거쳐 2007년 알리바바 합류 후 2009년 9월 앤트그룹 전신인 알리페이 차이나로 옮겼다.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에서 주로 재무 담당 업무를 맡았다. 2018년 4월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후샤오밍과 징셴둥은 앤트그룹 주식 상당수를 보유 중이다. 이 둘을 포함해 마윈, 장팡 이사가 보유한 앤트그룹 지분이 22%에 달한다. 후 샤오밍은 앞으로 앤트그룹과 알리바바에서 자선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월 앤트그룹 보험 사업부 대표 인밍도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