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 열고 방향성 검토…'매각'에 무게
베트남 빈그룹·구글 등과 매각 협상 지지부진
기술력 내세우는 LG, '메타버스'서 강점 평가도

지난 1월 서울 용산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LG 휴대전화가 진열돼 있다.

LG전자(066570)는 최근 중국 전자회사 TCL을 상대로 제기한 모바일 특허침해 금지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회사 측이 모바일 이동통신 분야에서 표준특허를 다수 보유하며 기술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준특허는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특허를 말한다.

LG전자가 스마트폰(MC)사업본부 매각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핵심 특허에 대한 대대적 선전이 이뤄지자 업계는 그만큼 사업부 매각이 지지부진한 것 아니겠느냐고 보고 있다. 오는 24일로 주주총회가, 4월 말 1분기 실적 발표가 각각 예고돼 있는 점도 부담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를 종합해보면, 현재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 구글 등과 MC사업본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빈그룹은 가장 먼저 LG전자와 매각 협상에 뛰어든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가격을 높게 제시하면서 해외 스마트폰 제품에 ‘LG’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상표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업부 매각과 동시에 제품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LG전자로서는 난감한 요구일 수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구글은 특허를 요구하면서 인수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해외 업체와의 사업부 매각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옛 특허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신 기술만 놓고 봤을 때는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다는 평도 있어 회사로서는 ‘기술력이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지난 1월 20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모바일 사업 관련해 현재·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면서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MC사업본부를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 만큼 LG전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났고, 전장(VS)사업본부마저 올해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MC사업본부가 그 어떤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누적적자가 5조원대로 불어나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를 넘어 전 산업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할 기술력을 보유한 LG전자가 매물로서 관심 있을 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실감을 극대화한 3차원 가상세계란 뜻의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의 기술로 구현된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LG전자 MC사업본부가 매물로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강점은 메타버스 역량이다"라면서 "VR·AR에 들어갈 수 있는 ppi(화질의 선명한 정도를 나타내는 인치당 화소 수)가 높은 디스플레이를 만들면서 품질면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애플에도 납품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있는 만큼 전사적으로 협력해준다면 VR·AR 사업을 위한 인수처를 물색하고 있는 기업에 LG전자 MC사업본부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LG전자 MC사업본부 인수 가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LG전자 MC사업본부가 평가절하돼 있기는 하지만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업계획 구상, 실사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