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LH 직원들과 공직자들의 신도시 인근 사전투기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신도시 등 주거지구가 아닌 도로·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들어서는 일대까지 부적절한 투기가 이뤄졌다는 사례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교통 인프라 역시 개발로 직결되는 호재인 만큼, 내부 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도시뿐만 아니라 교통 호재 지역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 제공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호재 중 하나로 지하철·전철 역사(驛舍) 신설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과 신설역이 계획된 인근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뛰었다. 예를 들어 GTX-A노선의 신설역이 들어서기로 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원시티 2블록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2월 10억 5000만원에서 지난 1월 14억 5000만원까지 뛰었다.

정부는 지난 11일 3기 신도시 등 8개 지구에서의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적발된 것으로, 모두 LH 직원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드러난 것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고작 20명뿐이 안됐을 리가 있나"라며 "신도시만 조사했다니 그 정도지 GTX까지 캐보면 부지기수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포천에서는 철도 업무를 맡던 지자체 공무원이 철도 노선 계획 인근 부지의 부동산을 매입해 경찰이 최근 수사에 나섰다.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담당하던 포천시 간부 A씨는 지난해 9월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로 40여억원을 빌려 부인과 공동명의로 도시철도 연장 노선의 역사 예정지 인근 2600여㎡ 땅과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매입했다.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담당자였기에 당연히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A씨는 "해당 지역에 철도역사가 생기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정보였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커지자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팀은 지난 9일 포천시청 공무원 A씨에 대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도로와 관련해서도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지난 9일 한국도로공사 직원 B씨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공개했다. 징계요구서에 의하면 B씨는 지난 2016년 비공개 정보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토지 면적은 1800여㎡로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의 한 나들목 예정지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공교롭게도 B씨가 토지를 사들인 시기는 실시설계가 완료되기 전이었다.

이 밖에 경기 과천시청에서 건설행정을 담당하던 6급 공무원 C씨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11일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C씨는 원소유주가 도로 개설 계획을 모른 채 내놓은 맹지를 3억 7000만원에 사들인 뒤 이듬해 16억 5000만원에 되팔았다. 그는 결국 징역 1년 6개월 실형에 7억 3800만원 추징이 확정됐지만, 추징 액수를 제외하더라도 5억4200만원을 남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LH 투기 사태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도시뿐 아니라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도 사전 투기의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또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도시 택지보다도 교통망 인프라가 오히려 토지의 형질과 가치를 결정하는 더 큰 요소"라며 "그런데도 신도시 택지만큼 많은 이목이 쏠리지 않으니 소수가 사전 투기로 훨씬 큰 차익을 누릴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조사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여론 뭇매에 급한 대로 신도시 지역만 조사한 것 같은데 교통 호재 지역을 포함하면 투기 사례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는 만큼 이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