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 사고를 낸 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택시 운전기사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감경됐다.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지난해 7월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1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김춘호 부장판사)는 특수재물손괴·업무방해·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공갈미수 등 6개 혐의를 받는 최모(32)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구급차 운전기사 등)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면서 "나이나 범행 정황 등을 감안할 때 원심 선고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고 밝혔다.

구급차 고의 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원심에서 진술했지만, 그 행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원심대로 사망과 사고의 인과관계는 판단하지 않았다.

앞서 최씨는 지난 6월 8일 오후 3시쯤 강동구 고덕동에서 응급환자가 탄 사설 구급차와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사고를 처리하고 가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응급차의 진로를 11분가량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환자 유족에 따르면 최씨의 방해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의 폐암 4기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상태가 악화해 숨졌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최씨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최씨는 또 전세 버스나 회사 택시·트럭 등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2015년부터 5년간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2000여만원의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하면서도 지난해 6월의 범행과 구급차 탑승 환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는 판단 범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환자 사망에 대한 최씨의 형사책임을 묻는 살인·특수폭행치사 등 혐의로는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환자 유족이 최씨를 살인 등 9개 혐의로 추가 고소한 사건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유족 측은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