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고 이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10주기 맞아 각국 언론이 재조명…"피해는 진행형"
日 정부, 2051년까지 폐로 작업 완성 로드맵 내놔
전문가들 "40년 내 완성은 어려워...망상에 가깝다"
도쿄전력, 지난달 사고 때도 지진계 고장 등 숨겨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기를 앞둔 지난 1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읍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창문으로 처리수(정화 과정을 거쳐 방사성 물질 등을 최대한 제거한 오염수) 탱크들이 정렬해 있다.

일본 후쿠시마 해안에서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다음날인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비상 전원이 끊겼다. 1호기의 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생성된 수소가스가 물과 반응해 폭발했다. 원전을 감싸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날아가 원자로가 외부에 노출됐다. 방사능 농도는 법정제한치인 시간당 500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치솟았다.

이틀 뒤 2호기 수소폭발에 이어 4호기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통상 사람이 1년간 흡수하는 방사선량의 100배 수준인 시간당 400mSv(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이 대기 중에 직접 퍼졌다. 같은 날 2호기 원자로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 또다시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됐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에 이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참사'로 기록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10주기를 맞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고평가척도(INES) 0~7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7등급을 매겼다. 일본 경시청에 따르면 당시 1만5899명이 사망하고 6157명이 다쳤으며 2529명이 실종됐다. 22만8863명은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민이 됐다.

사고가 발생한 3월 11일부터 도쿄전력이 제 1원전 1~4호기의 영구 폐쇄를 인정한 3월 30일까지 20일 정도였지만 그 여파는 '진행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정부가 방출 강행 의지를 밝힌 오염수와 40년 넘게 남은 폐로 작업은 10년 전 사고의 후유증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특히 붕괴된 3개 원자로의 폐로를 완성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전 세계 환경보호 및 반핵(反核) 단체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40년 내 '녹지 상태' 만들겠다는데...학계도 환경계도 "망상"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3호기에서 핵연료봉 566개를 모두 꺼냈다. 다만 1·2호기에는 아직 1000개가 넘는 핵연료봉이 남아있다. 이는 2031년까지 연료봉을 전부 꺼내고 늦어도 2051년에는 폐로 작업을 마치겠다는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작 1호기 격납용기(원자로건물 내벽 설치된 강철판)에 대해선 조사 개시도 못한 상황이다. 2호기 격납용기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봉 잔해 제거 작업 역시 내년 이후로 연기됐다.

폐로 작업 책임자인 오노 아키라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2041~2051년으로 설정된 원자로 작업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최종 목표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적어도 40년 안에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를 '녹지 상태'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이다. AP는 원자로 2곳의 1차 격납용기 수위가 당초 파악한 것과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나 작업이 한층 복잡해졌음에도 당국이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독일 공영매체 도이체벨레(DW)도 전날 복수의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원전의 원자로를 처분하는 폐로 작업이 40년 이상 걸릴 것이며 성공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숀 버니 동아시아 원자력 전문가는 DW에 "돌이킬 수 없게 완전히 변해버린 폐로를 40년 안에 되돌리겠다는 건 망상이자 사기"라며 "일본은 문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무시하고 10년 간 국민과 인류를 속이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기를 앞둔 지난 1일 후쿠시마현 오쿠마읍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인근에서 한 노동자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10년 전 사고 은폐하려던 도쿄전력, 올 2월에도 정보 숨겨

후쿠시마 사고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 중의원 의원은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오후 5시에야 TV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제1 원전 1호기에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은 건 12일 오후 3시 36분이었다. 그는 "도쿄전력의 이러한 정보 은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후쿠시마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했다. 핵연료 반출과 오염수 처리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쿠시마는 잘 제어되고 있다"고 밝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말에 대해선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의 정보 은폐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3일 후쿠시마현 인근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제1 원전의 대규모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쿄전력이 3호기에 설치한 지진계 2대가 작년부터 고장난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때문에 향후 지진 대책으로 중요하게 사용될 3호기의 흔들림 기록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앞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 영향으로 3호기 원자로 건물 등의 내진성이 떨어져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5·6호기에만 설치돼있던 지진계를 추가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3월 3호기의 1층과 5층에 각각 지진계를 달았다. 하지만 1층 지진계는 같은 해 7월 폭우로 침수됐고, 5층 지진계도 10월부터 측정 데이터에 자주 오류가 생겼다고 한다.

고장난 지진계는 수개월간 방치됐다가 지난달 22일 원자력규제위 질의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도쿄전력은 열흘 전 후쿠시마 강진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지진계 고장 사실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전력의 안일한 대응으로 중요 기록을 확보하지 못했고 대응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반면 도쿄전력은 지진계 수리가 늦어진 데 대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