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며 정치개입·특수활동비 불법 사용 등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11일 원 전 원장의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원세훈 등이 직권을 남용해 국가정보원 직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직권남용으로 인한 각 국가정보원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인다"며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원 전 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분열시키기 위해 제3노총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7000여만원을 지원한 혐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법 사찰한 혐의, 국정원 특활비 10억여원을 안가(安家)를 꾸며 사적으로 쓴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로 뇌물을 건넨 혐의, MBC 인사에 불법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원심은 원 전 원장이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국내 유명 호텔의 스위트룸을 빌리는데 총 28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혐의를 유죄로 봤다.

반면 권양숙 여사 여행을 미행하며 감시한 부분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일본 출장을 미행하고 감시한 부분을 1심 재판부와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 고려하여야 할 사항, 또 수인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에서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판단 기준에 관해 최초로 설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