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택지지구서 걸어서 5분 거리 그린벨트 맹지 매입
2015년 10월 매입 당시 '호재 많다'는 기사 나오기도
부동산 업체가 세 필지로 쪼갠 땅 1058평 4.7억에 매입
양향자 매입가 평당 44만원…두달전 인근 땅 평당 60만원에 팔려
양향자 "노후에 전원주택 짓거나 감나무 심으려 샀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정부·여당이 '투기세력 발본색원'을 외치며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54) 의원이 경기 화성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역에 연결된 도로가 없는 맹지(盲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이 땅은 신규 택지개발지구에서 불과 350m 떨어져 있다.

양 의원이 이 토지를 매입한 2015년 10월에는 화성시에 디즈니랜드를 본 뜬 테마파크가 지어질 예정이라는 등 개발 호재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호재가 있는 택지에서 가까운 지역의 그린벨트를 사는 것은 시세 차익을 노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이 땅은 먼저 부동산 업자가 사들인 뒤 세 필지로 쪼개 한 달 만에 양 의원에게 되팔았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노후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거나 감나무를 심을 생각으로 샀다"며 부동산 투기와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땅을 판 업체에 대해서는 "동생의 지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당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3기 신도시 지역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할 계획이지만, 양 의원의 토지는 3기 신도시 지역이 아니어서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양 의원은 지난 6일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해 "확인된 투기 이익은 필요하다면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국고로 환수시킬 것"이라면서도 "자진 신고 기간 안에 신고한 자에 대해서는 책임은 묻지 않되, 투기 이익은 포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화성시 디즈니·유니버설' 기사 나올 때 땅 매입

국토교통부는 2014년 9월 22일 화성비봉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을 승인했다.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와 구포리 총 86만3306㎡ 규모의 토지에 아파트 6394호, 단독주택 263호를 지어 총 1만6000여명이 거주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듬해인 2015년 하반기에는 화성시에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티볼리가든 등을 콘셉트로 한 테마파크가 조성되는 등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각종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당시 부동산 재테크 기법 등을 소개하는 기사에는 "화성시 비봉택지지구 인근 500m 토지를 주목해야 한다. 높은 수익률과 시세차익이 기대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양 의원이 보유한 그린벨트 내 맹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국회 공보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양 의원은 남편 최모(58)씨와 함께 화성비봉 공공주택지구에서 직선거리로 약 350m, 도보로 5분쯤 떨어져 있는 경기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 444-7번지 임야 3492㎡(약 1058평)를 2015년 10월 17일 4억7520만원에 매입했다.

그린벨트 내 맹지는 토지 개발과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투기적 목적이 아니면 살 이유가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8일 서울신문이 전수조사한 보도에 따르면, 2018~2019년 신도시 예정지 일대에서 이뤄진 토지 거래 5건 중 1건 이상은 그린벨트 내 맹지였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신도시 땅은 수용되지만, 주변 땅은 신도시 개발 호재로 시세가 크게 오른다. 그래서 투기꾼은 개발 사업 예정지가 아닌 주변 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양 의원 땅 매입 이전에 단독 필지를 쪼갠 정황 나타나

조선비즈가 양 의원이 보유한 임야 인근 토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양 의원은 '하나에셋'이라는 업체로부터 이 토지를 사들였다. 하나에셋은 2015년 9월 3일 원 주인 홍모씨로부터 '삼화리 444-7번지' 임야 6136㎡를 매입했다. 9월 22일 이 필지를 세 개로 쪼개 '444-10번지' '444-11번지'를 만들었는데, 444-11번지는 도로와 연결돼 있다. 양 의원은 필지 분할 약 한 달 뒤인 10월 17일 444-7번지를 샀다. 이같은 필지 분할을 통해 원래는 맹지가 아니었던 땅이 맹지로 변경된 것이다. 필지 분할은 444-11번지 지분이 완전히 팔리기 전에 일어났다.

양향자 의원이 보유한 토지인 삼화면 444-7번지. 현재는 맹지지만, 하나에셋이 이 토지를 세 필지로 쪼개기 전에는 맹지가 아니었다. 양 의원 토지보다 늦게 팔린 444-11번지는 도로와 연결돼 있다.

하나에셋은 444-4번지도 9월 3일 홍씨로부터 사들였다. 지목이 답(밭)인 444-4번지는 2015년 10월 12일 송모씨와 김모씨에게 각각 317분의 165와 317분의 152 지분으로 쪼개 매각됐다. 홍씨에게서 사들인 444-7번지는 세 개의 필지로 쪼개 양 의원과 남편 외 5명에게 나눠 팔았다.

하나에셋은 이 같은 방법으로 4개의 필지를 2015년 9월 3일 2억5000만원에 사들인 뒤 10~12월에 총 8억8704만원을 받고 9명에게 넘겼다. 단 세 달 만에 6억3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이다. 하나에셋은 444-7번지 땅을 1억3200만원에 사들여 양 의원에게 4억7520만원에 되팔았다. 양 의원은 2015년 10월 매입 당시 이 땅을 3.3㎡당 44만9000원에 매입한 셈이다.

올해 1월 양 의원 땅에서 직선거리로 420m 떨어진 지역의 대지 606㎡는 1억1135만원에 팔렸다. 3.3㎡당 가격은 60만6300원이다. 이 땅은 도로에 면해 있기는 하지만 양 의원의 토지와 마찬가지로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 의원이 보유한 땅의 시세도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3.3㎡당 15만원 가량 올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양 의원은 이에 대해 "이를 근거로 보유지의 가치를 추정할 수 없으며, 현 시세는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자신의 토지 보유에 대해 "노후에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퇴직금을 묻어 놓은 것"이라며 "가족들 사이에서 감나무라도 심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연결 도로가 없는 땅에 어떻게 집을 짓느냐는 물음에는 "(땅을 살) 그 때는 20년 뒤엔 집 지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도로와 연결된 인근 토지의 지분이 쪼개져 있어 집을 짓더라도 협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묻자 "(그런 점은)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양 의원은 '도보로 5분 거리에 신규 택지가 있다'는 질문에도 "모르겠다"며 "안내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장을 한 번 둘러본 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체 하나에셋에 대해서는 "동생의 가까운 지인"이라면서 "(땅 매입 후 동생과 지인의 관계가) 이상해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 토지로 차익을 올릴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사기당했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 입문 후 땅을 팔려고 매물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향자 땅 샀을 때 인근 거래 대부분 '지분 쪼개기'

양 의원의 토지와 인근 토지들을 샀다가 되판 하나에셋의 사무실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다. 하나에셋이 보유한 삼화리 444-11번지 지분 1㎡는 현재 정부와 수원시 팔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돼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양 의원이 땅을 산 2015년 10월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에서 이뤄진 토지 거래 12건 중 10건이 지분을 쪼개서 파는 방식이었다. 당시 이 일대에서 토지를 매입한 뒤 지분을 쪼개 되파는 이른바 '기획부동산'이 활개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고졸 출신 최초 여성 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워 '고졸 신화'로 불린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6년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했다. 당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으나 천정배 전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 출마해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됐고,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양 의원은 2016년 8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원외(院外)였지만 친문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당시 현역 재선의원이었던 유은혜 부총리를 제치고 여성 최고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