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주중 영국대사 불러 강력 항의
SNS에 중국 문제점 다룬 외신 보도 옹호
"가짜뉴스 유포하고 중국민 분노 일으켜"
상대국 매체 방영 금지, 수억원 벌금 부과

캐롤라인 윌슨 주중 영국대사.

중국의 홍콩 내 인권 탄압을 둘러싸고 시작된 영국과 중국의 갈등이 미디어 분야에 대한 제재에 이어 외교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주재 영국대사의 소셜미디어(SNS) 글을 문제 삼아 이례적으로 초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 캐롤라인 윌슨 주중 영국대사가 중국에 비판적인 외신 보도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주중 대사가 공식 플랫폼에 '가짜 뉴스'를 유포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중국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윌슨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외교부는 "윌슨 대사의 글은 오만과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 가득하며 옳고 그름이 혼재돼 있다"면서 "외교관으로서 상당히 부적절한 행동이며 주중 대사로서의 위상에 심각하게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영국 외무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윌슨 대사는 영국대사관 위챗(WeChat) 공식 계정에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은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의'를 갖고 중국 정부의 행동을 적극 감시하는 것"이라고 썼다. 중국어로 게재된 이 글은 홍콩과 신장 위구르의 인권 탄압 문제로 양국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 정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윌슨 대사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문제의 위챗 글 링크를 공유한 뒤 "기존 입장을 여전히 지지한다"며 "지난해 1월까지 영국 주재 중국대사로 일했던 류샤오밍도 영국 주류 언론에 170여개 이상의 글을 자유롭게 게재하고 이를 지지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 글에는 "호들갑 떨지 말라" "까불지 말고 정신 차려라" 등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외교 당국이 자국 주재 대사의 SNS 글을 이유로 불러 항의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이 자국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외국 언론사를 억압한 데 이어 외교관의 입까지 틀어막으려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강경 대응은 영국 정부가 중국 국영방송인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에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한 가운데 나왔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지난달 4일 CGTN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사생활 보호 및 중립의 의무를 위반하고 편파방송을 했다며 방송 면허를 취소한 데 이어 전날에는 22만5000파운드(약 3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CGTN 측은 "벌금 부과의 배후에는 중국 언론의 해외 진출과 객관적인 보도를 방해하려는 일부 외국 세력이 있다"며 "우리는 지극히 공익적인 입장에서 사건의 본질과 양측의 관점을 객관적으로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도 영국의 면허 취소 조치 일주일만에 BBC가 '가짜뉴스 공장'으로 전락했다며 BBC 월드뉴스의 자국 내 방영을 금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