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0개점 폐점 이어 영등포 본점 철수
코로나로 매장 방문객 감소...배달비 높은 온라인 전환 어려워
안전 문제로 저가 제품 꺼리는 소비자 증가

매출 2조원을 넘기며 가성비 1000원샵의 성공 신화를 보여준 다이소가 최근 영등포 본점을 폐점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더불어 온라인 쇼핑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성장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이소 강남고속버스터미널점. 규모 2145㎡(650평)로 서울에서 가장 크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지난달 건물 3층 규모의 영등포 본점을 폐점했다. 이 매장은 2013년 11월부터 8년간 운영한 직영점이다.

회사 측은 임대 기간이 끝나 문을 닫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내방 고객이 줄어든 것을 폐점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다이소는 1997년 서울 천호동 1호 매장을 시작으로 2019년 12월 전국 매장을 1360여개까지 늘렸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반응해 저가 정책으로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다이소의 전국 매장은 1330여개로 줄어들었다. 지난 1년간 약 30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대형 상권이던 홍대점 등을 포함해 서울에서만 9곳이 폐점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홍대점은 입점 건물 재건축으로 폐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500~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주로 오프라인에서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었다. 경쟁 유통업체가 온라인 전환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는 것과 달리, 다이소는 취급하는 제품 가격이 저렴해 배송비가 많이 드는 온라인 전환이 쉽지 않았다.

그래픽=송윤혜

이에 다이소는 지난해 말 온라인 강화 대신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배달 서비스 ‘샵 다이소’를 도입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아직 배송 커버리지(범위)가 넓지 않고 서비스 초기 단계라 매출 비중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소는 2019년 부산 강서구에 축구장 20개 규모의 물류센터를 지으며 ‘수출 허브’를 꿈꿨다. 2500억원을 투자한 이 물류센터에서 하루 13만7000 박스를 출고하고 중국·일본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2018년 7200억원이던 해외 수출입 규모를 2025년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내수가 얼어붙으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이소의 중국 매장도 상황이 어렵다. 다이소는 중국 현지에 16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코로나로 셧다운(일시 중단)이 이어지며 피해가 컸다. 다이소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매장 운영과 폐점을 반복했다"며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이소는 외형을 키우는데는 성공했다. 지난 2019년 2조236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직전 해보다 13% 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은 악화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7억원으로 전년보다 39% 감소했다.

코로나로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저가 제품을 찾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다이소의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다이소는 5000원에 판매한 아기 욕조에서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 호르몬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자 3000명이 아기 욕조 제조사 대현화학공업과 중간 유통사 기현산업을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다이소는 고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다이소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 검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소비자문화학과 교수는 "저가 제품은 규제가 쉽지 않고 (안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제조사, 유통사, 판매처 등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따지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