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기존 쿠키 시스템 대신 신기술 '플록' 도입 검토
CNN "플록 역시 또다른 추적 시스템, 더 큰 논쟁 야기중"
전문가들 "플록도 개인정보수집에 악용 가능, 더 위험할수도"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인 구글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는 맞춤형 광고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지난 3일(현지 시각) 발표했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구글이 기존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쿠키'를 대체할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지만, 이 기술 역시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정교한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9일(현지 시각) CNN은 구글이 사용자의 디지털 흔적을 저장 및 수집하는 쿠키 대신 도입할 신기술에 대한 논쟁을 소개했다. 쿠키란 특정 이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의 서버가 이용자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임시 파일로, 로그인 아이디와 암호, 장바구니 내역, 해당 사이트에 대한 설정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문제는 그동안 구글과 같은 온라인 광고 기업들은 앞서 인터넷 이용자의 쿠키를 수집해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온라인 광고를 띄우며 막대한 광고 수익을 거둬왔다는 점이다. 반면 파이어폭스, 애플의 사파리 등은 기본적으로 타사의 쿠키를 차단해 구글과 대조를 이뤄왔다.

미국 현지에서 쿠키 수집 문제가 개인정보 침해라는 논란이 지속되자 구글은 지난해 발표에서 오는 2022년부터 자사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크롬에 제 3자의 쿠키 파일 무단 수집 방지 기능을 넣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된 구글의 발표 역시 쿠키 광고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동시에 이와 비슷한 형태의 정보 수집을 하지 않겠다고 내용을 담았다.

다만 광고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구글이 표적 광고에 기반이 되는 쿠키 기술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이같은 의심은 눈초리는 구글이 쿠키의 대체 기술로 언급한 플록(FLoc)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일부 전문가들은 플록 역시 쿠키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 측 개발자들은 플록에 대해 소개하며 플록은 사용자 개인정보를 광고주에게 직접 팔지 않는 대신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코호트) 방식으로 분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광고주들은 개인정보에 직접 접근하기보다는 특정한 기호를 선호하는 사용자 집단을 상대로만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구글 측의 주장이다.

CNN은 "구글의 새로운 방식은 이론적으로 페이스북의 표적 광고 모델보다는 사용자 정보 보호에 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며 "당신이 선호하는 신발이나 의류, 캠핑용품 등에 대한 광고는 여전히 브라우저에 떠있을 수 있겠지만, 광고주들은 개인이 아니라 당신과 유사한 기호를 가진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동일한 광고를 띄우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구글의 플록 사용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내놓은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구글의 플록은 끔찍한 아이디어'라는 성명문에서 "사용자 정보를 추적한다는 점은 쿠키나 플록은 사실상 동일하다"며 "구글은 새로운 프레임을 씌워 마치 추적이 더이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EF는 "플록의 핵심 디자인은 광고주와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포함하는데 이는 명백하게 새로운 사생활 침해 위험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집단 내에 개인정보를 찾아내는 것에 대한 대비책이 불분명하다. 수천만명 중에 한 명의 정보를 찾아내는 것보다 수천명 중에 한 명의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더 쉬워질 수 있으며, 매주 새롭게 분류되는 당신의 코호트 집단은 오히려 당신에 대한 정보를 더욱 정교하게 유출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은 기존의 쿠키 수집 시스템을 대체해 새로운 추적 시스템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시도 중이지만 그동안 세계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것은 추적 시스템 그 자체"라며 "그동안 우리가 (빅테크에) 요구해온 인터넷의 미래는 사용자가 원하는 개인정보만 선택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