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비유럽권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8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는 10년 안에 세계 반도체 제품의 최소 20%를 EU내부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2030 디지털 컴퍼스’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중국과 미국 등 비유럽권 지역에 대한 유럽의 높은 의존도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계획이다. 최근 자동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심화되면서 폭스바겐과 같은 유럽의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자주권’ 확보는 유럽의 미래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로 나뉜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는 70%, 메모리반도체는 30% 수준을 차지한다. 한국은 이중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을 거의 70% 이상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의 강자는 2020년 기준 점유율 60%를 차지한 미국이다. 실제로 전세계 시스템반도체 상위 15대 기업 중 9곳이 미국 기업이다. 유럽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 ‘독립’을 선언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2030 디지털 컴퍼스의 목표 중 하나는 EU가 유럽 내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마련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계획엔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면 EU가 유럽 이익을 더 잘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야심찬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긴 하지만 미국과 한국, 대만 등 기존 반도체 강자들이 잇따라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 등지에 360억 달러(약 40조6000억원)을 투자해 6개의 생산 거점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TSMC는 대만과 일본에서도 이미 공장을 짓는 중이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에 19조원 규모의 공장 증설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