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해리 왕자(36)와 배우자 메건 마클(39)이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영국 사회에서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인종차별 문제와 영국 왕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간 영국 사회에 인종차별 문제가 존재했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영국 왕실 4대의 가족사진.

작년 영국 여론조사기관 클리어뷰리서치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전체 인구의 3%가 흑인이지만, 이들이 기업 간부나 고위 공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 절반인 1.5% 수준에 불과하다. 의회 구성원 650명 중 흑인을 포함한 소수인종은 10%인 65명에 그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는 "영국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영국 흑인의 75%는 "백인과 비교해 자신들의 권리가 동등하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내놨다.

이러한 응답 격차에 대해 케니 이마피든 클리어뷰리서치 국장은 "영국에서는 인종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한 역사가 미국보다 짧다"며 "인종차별 문제가 겉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실제 인종차별 문제가 있어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게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제기된 인종차별 문제는 영국 입헌군주제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영국 왕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탱, 운영되고 있다.

버밍엄 시립대의 방문학자 마커스 라이더 교수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현대에 최초로 흑인 여성이 영국의 왕실에 들어간 것이고 최상층부에서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리-마클 부부의 폭로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해리-마클 부부의 아들 아치의 왕증손 지위 논의에 피부색 문제가 결부됐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해리-마클 부부는 지난 7일 미국 CBS에서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왕실 생활 당시 인종차별 문제로 로열 패밀리와 불화를 겪었다"고 폭로했다. 백인과 흑인 혼혈인 마클은 해리 왕자와 결혼 직후 왕실 일원으로 전혀 보호받지 못한 채 침묵을 강요당했다며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왕실은 메건의 인종차별 주장에 아직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8일 브리핑에서 "영연방을 통합하는 여왕의 역할을 최고로 존경해왔다"며 "왕실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다는 오랜 방침을 이번에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