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검찰의 부동산 투기 수사 불가능
2018년 6월 조국·박상기·김부겸 '합의'가 그 출발
조국 "경찰 국수본, 명운을 건 수사 해야"
하태경 "대통령령 개정해 부동산 투기 포함하면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가 정치권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검찰 개혁'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정부 자체조사를 강조하는 가운데, '검찰 개혁' 때문에 검찰이 부동산 투기 수사를 못게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검찰 개혁'은 2018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얼개를 짰고,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표했다.

2018년 6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이 열렸다. 서명에 앞서 이낙연 총리가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철저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 등 민생경제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핵심수사 영역"이라며 "경찰 수사역량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 발언처럼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대적 수사를 벌여 공무원들의 투기를 적발한 검찰은 이번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에선 배제돼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사용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이는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까지 겪으면서 여권이 강행 처리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따른 것이다.

검찰청법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정하고 있다. 부패나 경제 범죄 중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은 비리 액수나 공직자 급수에 따라 제한돼 있다. 부패 범죄는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원 이상 뇌물 사건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2018년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패스트트랙 사태를 거치며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어느 정도로 제한할 지는 그보다 1년 6개월여 빠른 2018년 6월 21일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성한 '3자 협의체'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가 이뤄졌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를 통해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을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합의문에서는 "검사는 경찰 공수처 검사 및 그 직원의 비리 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 사건에 대해 직접적 수사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6월 2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서명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중 일부.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을 '경찰·공수처 검사 및 그 직원의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 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과 이들 사건과 관련된 인지사건'으로 한정하고 있다. 위의 표는 '특수사건'의 구체적 범위. 부동산 투기는 빠져 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같은 합의문을 발표한 뒤 담화문에서 "조국 수석이 박상기 장관, 김부겸 장관과 3자 협의체를 마련해 10차례 이상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취재진에게 "두 기관(검·경)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민 인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조정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야당은 여전히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정부 조사가 제대로 될지 국민들이 매우 회의적"이라며 "정부가 이번 LH 직원 투기와 관련해 검찰에게 수사를 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밭에 묘목들이 심겨 있는 모습.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을 고쳐 부동산 투기도 중대 범죄의 범주에 넣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태경 의원은 "규정이 잘못되었으면 고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은 LH 부동산 투기를 경범죄로 만든 것을 사과하고, 대통령령을 개정해 즉각 중대 범죄에 포함시켜라"고 했다.

검찰이 부동산 투기 사범을 잡지 못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한 조 전 장관은 이번 사건 수사를 맡은 국가수사본부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수사권 조정에 따라 부동산 투기는 경찰이 담당한다"며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 국수본은 명운을 건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