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규제가 완화된 이후 주 이용층인 10~20대의 킥보드 관련 사고건수가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동 킥보드를 개조하는 법이 온라인에서 버젓이 공유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도 성행하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와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성인 두 명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이용가능 연령이 13세로 낮아진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는 총 7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12월 10일부터 2020년 1월 31일까지 49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과 비교해 사고건수가 57%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전동 킥보드를 주로 이용하는 10~20대 사고도 각각 2배 이상 늘어났다. 해당 기간 20세 이하 사고 건수는 8건에서 18건으로, 21~30세 킥보드 이용자의 사고 건수는 10건에서 25건으로 각각 2.3배, 2.5배 증가했다.

10대의 사고건수가 늘어난 것은 법 개정으로 전동 킥보드 이용가능 연령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국회는 지난해 5월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로 여겨졌던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했고, 해당 법은 같은해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를 가진 만 16세 이상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이용가능 연령이 3년 낮아졌다.

최근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늘면서 속도를 높이는 식의 불법개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현행상 전동 킥보드의 최고 속도는 시속 25km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전동 킥보드에는 이 속도를 넘기면 자동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는 장치가 달려있지만, 속도 제한은 개조를 통해 손 쉽게 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튜버는 "전동 킥보드를 살 때 들어있는 연장을 이용해 커버를 열고 전선 하나만 빼내면 된다"며 속도 개조 방법을 안내했다. 또다른 유튜버도 "속도 제한을 풀고 전동 킥보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개조 과정을 보여줬다.

개조된 전동 킥보드를 판매한다는 글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2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작년 9월에 구입한 전동 킥보드를 판다"며 "속도 제한을 풀어놓아 시속 5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최고 시속 95km까지 가능하다"는 거래글도 찾아볼 수 있다.

사고 위험이 높아지자 국회는 작년 12월 다시 법을 개정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운전 면허가 없는 사람이나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법은 오는 4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남은 한 달간 13세부터 16세까지 청소년들의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겨울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전동 킥보드 비수기에 해당한다"며 "날이 풀리면서 이용자들이 증가하는 데다, 등교 수업이 시작돼 10대 청소년들의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가 자주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는 4월부터 시행되는 법은 완화된 법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을 뿐"이라며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 대한 교육 등을 위해 관련 기관, 전문가, 국회가 모여 전동 킥보드 전용 관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