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서 일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전 투기했다는 의혹이 정국을 뒤덮은 가운데, 3기 신도시를 철회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지난 5일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LH 주도의 제3기 신도시 지정 철회해 주세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 할까요?"라고 청원했다. 그러나 이 청원은 게시 이틀만인 7일 오후까지 1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앞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해임해달라는 청원과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청원 등이 올라왔다. 이 중 지난 3일 올라온 국정감사 실시 청원은 7일 오후까지 1만8000여명이, 변창흠 장관 해임 청원은 2500여명이 동의했다.

일각에선 LH 사전투기 의혹 관련 청와대 청원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정부의 조사·처벌 의지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 합동 조사에서 부동산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징계 조치 등 무관용 조치를 할 것"이라며 "관련 기관 취업을 일정부분 제한하고, 부동산 관련 업종의 인허가 취득도 제한해 부동산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장관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5일 ‘3기 신도시 전수조사 계획 질의응답’을 통해 "국무총리실 지휘로 구성한 합동조사단의 역할은 수만명의 조사대상자 중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자를 우선적으로 선별하는 것"이라며 국토부와 LH 직원, 그리고 이들의 가족까지 수만명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처벌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땅투기를 할 당시 LH 사장이었던 변 장관이 ‘조사 주체’로 나선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조사 대상이어야 할 책임자가 명백히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 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며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변 장관은 주무장관이자 전직 LH 사장으로서 도의적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야 함에도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들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당장 국토부와 LH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조사단에서 국토부는 빠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 야당 관계자는 "LH 사전 투기 관련 청와대 청원은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여당이 지금처럼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해당 사안을 적당히 묻고 지나가려 할 경우 후폭풍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