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접종 받은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자의 백신 접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백신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했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관련 사망자는 기존 6명에서 1명이 추가돼 누적 7명이 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7명은 모두 기저질환자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 4일 확인된 접종 후 사망자는 총 3명으로 이중 2명은 전북 지역 요양병원에서, 1명은 대전 중증장애시설에서 나왔다. 전북 사망자 2명은 모두 50대 남성으로 각각 심뇌혈관 질환, 심근경색·당뇨를 앓고 있었다.
정부는 코로나 감염시 치명률과 중증도를 고려하면, 기저질환자의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은희 코로나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을 사례로 들면 기저질환이 가장 우선순위 접종대상군으로 돼 있다"며 "기저질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했을 때 얻는 이득이 접종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기저질환자는 백신 우선 접종대상자라고 입을 모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혈압, 뇌졸중 등 혈관이 안 좋은 환자들은 코로나 감염시 치사율이 높다"라며 "코로나 감염 후 사망률이 높은 기저질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세계적으로도 코로나 중증 환자나 사망자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사이에서 대다수 나왔다"며 "기저질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백신을 우선 접종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느라 접종 대상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관련 정보도 충분히 공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지금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발열 등 경증으로만 분류하는데, 같은 발열 증상이더라도 접종 대상자에 따라 발열 원인이 다르다"라며 "건강한 사람은 발열 증상이 하루 이틀 사이에 완화되는 면역 반응에 해당하지만,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패혈증 등 다른 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천 교수는 방역 당국이 하루 정해진 숫자만큼 백신을 접종하는 데 주력할 게 아니라, 병원에 접종과 관련해 좀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병원은 이미 질병을 앓고 있어 치료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접종하기 전 혈액검사나 엑스레이 검사 등을 통해 환자가 백신을 맞아도 되는 상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짧은 시간 동안 일괄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라고 하기보다는 병원 내에서 환자 상태를 판단해 백신 접종 시기를 달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백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백신과 사망 간의 연관성이 없다는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교수는 "사망자 대부분이 요양시설에서 나온 점을 고려해 백신 접종 전 요양시설에서 만 65세 미만 환자들의 자연사망률과 접종 후 사망률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기저질환 등으로 자연적으로 사망하는 시기와 백신 접종 시기가 겹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백신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고 싶다면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빠른 시일 내 백신 접종의 안전성을 증명해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