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로 대검은 이날부터 조남권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청와대 및 여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을 떠나면서, 양측간 갈등국면이 빠르게 정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여권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추진에 속도 조절을 하면서 관계가 재정립될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월성 원전 등 현 정권 수사와 중수청 이슈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당장 후임인선 과정을 놓고 검찰 내부 반발이 불거질지 주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날부터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직을 대신하는 ‘총장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조 차장은 이날 오전 9시쯤 대검에 출근했다. 윤 총장이 주재하던 업무보고와 주요 사건 수사지휘는 조 차장검사가 대신한다. 또 중수청 설립 관련 일선 검찰청 의견을 모아 법무부에 전달하는 업무도 맡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후임 총장 후보군을 추리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검찰에 대한 '강공' 없이 상황 관리에 나설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잠재적 대권주자인 윤 총장의 몸집만 더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윤 총장은 사의를 결심하면서 참모진들에게 "내가 나가야 수사청 설립을 멈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청 설립 입법이 졸속 추진됐을 경우 국민 피해를 우려하면서, 직을 내던져야 이러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검찰과의 갈등국면이 재보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수청 설립 입법 추진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특위)는 중수청 관련 입법을 당초 3월 초 발의, 6월내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윤 총장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강력 비판하면서 발의 시점을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전날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도 '중수청 설립은 차분히 진행돼야 한다'는 기조가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권 내 강경파들이 여전히 신속한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여권 대 검찰’ 갈등국면의 뇌관으로 급부상 할 수 있다.

현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변수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등 윤 총장이 수사지휘했던 사건들이 일단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검찰 내부 심기를 건드릴 여지가 남아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월성 원전 수사팀(대전지검 형사5부)는 교체없이 유임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사표를 내면서 동력을 잃은 만큼 청와대 관계자 윗선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사팀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 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준비해왔다. 이에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와대 울산 선거개입 관련 수사도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수사팀이 교체되면서 추가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임 인선으로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가 재정립되면 현 정권 관련 수사 강도가 누그러지면서 검찰 내부 반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당장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두고 또 다시 법무부와 검찰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후임인선에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 차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 지검장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주요 피의자라는 점에서 총장자리에 앉히기엔 청와대로서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급부상했는데, 한 감찰부장은 윤 총장에 공개적으로 맞서온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 인사다. 윤 총장은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한 감찰부장의 교체를 강하게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 않았다. 이런 그가 후임인선 후보군에 오를 경우, 검찰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