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세정가스 'NF3'
국제적 흐름에 온실가스 지정 불가피
슈퍼사이클 앞둔 업계, 사용량 늘어 부담
"대체 물질 없어…선제 대응해야"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주로 활용되는 삼불화질소(NF3)를 온실가스로 추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장 NF3를 대체할 수 있는 후보물질조차 없어 관련 업계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NF3를 온실가스로 분류하는 만큼 국내 역시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대응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까지 전자산업부문 NF3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현황 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2022년 관리체계를 마련해 배출량 시범 산정 등을 거쳐 통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에 NF3를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행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여기에 NF3를 더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e-나라지표에 게재된 온실가스 정의.

산업부 관계자는 "온실가스에 NF3 추가를 위해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개정 추진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법은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지원단에서 하며 세부사항은 환경부 등과 논의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장 추가 계획은 없지만 국제적 흐름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식 지표인 e-나라지표에서는 국제적으로 NF3를 온실가스로 정하고 있다.

삼불화질소(NF3) 활용 이미지.

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도면 같은 그림을 그릴 때 나오는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활용되는 일종의 ‘세정 가스’다. 이 때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생산량과 NF3의 사용량 역시 비례할 수밖에 없다. 생산 공정이 갈수록 복잡해짐에 따라 늘어나는 세정 과정도 NF3 소비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트라(KOTRA)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19%, 34% 증가해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력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올해 수출은 13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1790만t(2.5%) 증가한 7억2760만t이라고 발표하며 반도체·액정 부문 등에서 배출량이 증가한 여파라고 설명했다.

특히 NF3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존 공정 과정에서 활용했던 물질의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대체 가스로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PFCs인 육불화에탄(C2F6) 등을, 디스플레이는 SF6 등을 NF3로 쓰고 있다.

다만 현재 NF3가 배출권 규제에 포함되고 있지 않은 만큼 배출량과 대체 효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대체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품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 배출량 역시 큰 폭으로 늘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지금 NF3 대체 후보물질 개발을 준비해도 2030~2035년에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상태일 만큼 (개발이) 힘든 상황이다"라며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 중 하나인 만큼 NF3의 온실가스 지정과 함께 관련 규제를 선제적으로 만들어 대응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