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여권에서 추진 중인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작업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이 '대권 국면'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윤 총장은 '수사청(중대범죄수사청) 반대' 입장 표명을 계기로 정치판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결국 수사청을 막을 수 있는 실행력은 본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도 검사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시도에 대해 "힘 있는 사람들의 갑질과 반칙을 처벌하는 것은 우리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즉 수사·기소가 분리되면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윤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을 유독 강조한 것은 불가피하게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정치적 논란을 차치하고 실제로 검찰 내부에선 수사·기소권 분리를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민 피해'를 꼽는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이상 해당 수사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렵고 신뢰성이 결여된 사건의 경우 결국 기소를 회피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뇌물 사건의 경우, 검찰 입장에선 돈을 줬다는 사실관계와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 형법상 구성요건을 입증하는게 수사과정에서 해야 할 일이다. 즉 검사의 역할은 구성요건들이 증거로 적법하게 입증이 됐는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경찰 수사관들은 관련 진술 등 직접 증거로 전부 입증됐다고 보는 반면, 공판에서 공소유지까지 생각하는 검사들은 피고인측에서 반박할 주장들에 대해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판까지 감안하면 수사단계부터 왜 이렇게 진술했는지, 범죄를 저지르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피고인을 처벌함으로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등을 전부 스크린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수사관이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직접 증거로 수사를 다 했다고 사건을 가지고 오면 검사 입장에선 불안해서 기소를 못 할 수 밖에 없고 그럼 사건이 묻힌다"고 했다.

수사와 기소가 같은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지 않고 분리될 경우, 뒤따를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김진욱 공수처장 역시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전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수사·기소 분리로 공소 유지가 어려워져 무죄가 선고되면 결국 반부패 역량이나 국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공소 유지 불가'에 대해 지적한 셈이다. 김 처장이 "'무죄가 될 사건이 아닌데 공소유지를 못해서 문제가 됐다' 이러면 안되지 않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내부적으로 보면 반부패 수사 역량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반부패 수사 역량이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검찰 내부에선 2012년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을 꼽는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함께 대대적 수사에 나섰고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 정관계 인사 등 총 137명의 혐의사실을 밝혀 상당수를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은 수사를 통해 예금자·투자자 등 저축은행 피해자 피해 회복을 위해 부실 관련자 은닉재산 추적에도 중점을 뒀고 상당수 환수 조치됐다.

앞서 대검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 당시 서민다중피해범죄대응 TF팀을 만들어 불법 다단계 수사를 총괄했지만 이후 법조계 이슈가 검찰개혁으로 옮겨가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취임 직후 해체된 합수단을 두고, "전문검사들이 흩어졌고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사기 수사가 부진하다"는데 이견을 다는 검사들은 없다. 윤 총장이 그간 신년사 등을 통해 '공정 경제'를 언급하고 검찰개혁의 방향이 '국민'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윤 총장이 '국민 피해'를 가장 우려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결국 윤 총장의 종착지가 '정치'이자 '대권'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는 검사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했던 일부 대검 참모들 사이에서 여권의 중수청 설립을 계기로 윤 총장이 정치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윤 총장을 겨냥해 "직을 건다는 말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다.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