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이 공인중개사를 직접 채용하고 오프라인 영업 공간을 확대하며 공인중개업계에서 직방이 ‘직접중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직방이 직접중개에 뛰어드는 경우 그동안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던 기존 중개업소의 업역(業域)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직방 측은 "단순한 오해"라며 "직접중개를 할 계획은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직방이 게시한 공인중개사 직접 채용 공고. 현재는 삭제됐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최근 ‘신규 BM(비즈니스 모델) 지원·영업 매니저’라는 명목으로 공인중개사를 직접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지원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필수적으로 소지해야 한다. 중개법인 근무경력이나 3년 이상의 아파트 중개 경력이 있으면 채용 우대를 받는다. 주요 업무는 ▲신규 BM 영업프로세스 수립 및 영업 관리 ▲신규BM 영업지원 ▲신규 BM 강의 및 코칭 지원 등이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직방은 총 22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3000만건이 넘고, 제휴 공인중개사 회원은 4만명이 넘는다. 거대 부동산 정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직방 서비스의 핵심은 제휴 공인중개업소에서 제공한 부동산 매매·전세·월세 등의 매물 정보를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공하고, 이를 통해 중개사와 이용자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수익 모델은 ‘배달의 민족’과 비슷하다. 상위 노출에 대한 광고비를 받는 구조다.

직방은 또 아파트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호갱노노’, 공유주택기업 ‘우주’, 상업용 부동산 정보서비스 ‘네모’를 운영하는 ‘슈가힐’ 등을 흡수해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9년에는 매출액 415억원에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프롭테크 업계와 공인중개업계에서는 직방의 행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직방이 부동산정보업의 한계를 넘어 중개업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것일 가능성이 있어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힌 직방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계에서 직방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이번 채용 때문만은 아니다. 직방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첫 오프라인 사무소 ‘직방라운지’를 열었다. 향후에는 직방라운지를 수도권 5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타다 출신’ 여선웅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여 부사장은 지난 2018년 쏘카의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으로 임명돼 ‘타다’ 서비스의 대외 정책 및 이슈 대응 총괄을 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상가·사무실 중개 플랫폼인 자회사 ‘네모’가 중개업 우회진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네모인’이라는 상호의 중개법인을 통해 2500개의 매물을 등록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네모에 등록된 전체 매물 9700여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직방이 직접중개에 진출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직방의 업종은 소프트웨어 자문과 개발 및 공급업으로 등록돼있다. 여기에 부동산 중개업을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일선 중개현장에서도 불안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직방이 언젠가는 직접 중개업에 뛰어들 거라는 걱정이 늘 있다"면서 "공인중개업이 골목상권 업종인 만큼 네이버같은 대기업은 진입에 눈치를 보겠지만, 직방은 언제든 들어올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직방이 보유한 데이터는 대부분 일선 공인중개업소에서 ‘상생’을 목적으로 제공한 것인데, 이를 경쟁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직방이 자회사 매물을 의도적으로 플랫폼 상단에 노출시키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면 영세한 중개업소는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직방은 그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직방 관계자는 "신규 BM이 어떤 사업인지는 알려주기 어렵다"면서 "직접중개는 아니라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후 직방은 해당 채용 공고를 삭제한 상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직방과 같은 거대 플랫폼이 부동산 중개업에 진출할 경우 중소 중개업소가 고사하는 등 시장 파급력이 크겠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