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취업 어려워져...청년 10명 중 6명 구직 포기
BBQ 배달·포장 특화 모델 'BSK'...2030 몰리며 200호점 눈 앞
한국 배달시장 급팽창 80%↑…BSK 月매출 3000만~4000만원

의류업에 종사하던 최정민(30)씨는 지난해 한 대형 백화점에 자신의 브랜드를 단 의류 매장 입점을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 전염병 대유행으로 이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좌절했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대면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생각에 경기도 분당 판교로에 배달특화 치킨 전문점 BSK를 창업하기로 했다. 매장 보증금을 합해 7000만원의 창업비용이 들었다.

최씨는 "작년 12월 처음 문을 열었을때 3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매달 오르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현재 남편과 친엄마, 친동생까지 모두 사업을 돕고 있다"며 "조만간 2호점도 열어 남동생에게 매장 관리를 맡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BBQ가 선보인 배달·포장 특화 모델 BSK(비비큐 스마트 키친)의 매장 전경.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이 어려워진 2030 청년들이 비교적 적은 돈으로 창업이 가능한 배달 프랜차이즈 사업에 몰리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제너시스비비큐의 배달·포장 특화 매장인 'BSK'(BBQ Smart Kitchen)가 문을 연 지 7개월만에 200호점 출점을 앞두고 있다. BSK는 매장 운영은 하지 않고 배달과 포장만 전문으로 하는 치킨 매장이다. 닭을 튀길 주방만 있으면 돼 26.4~39.6㎡(8~12평) 소규모 공간만으로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2030 청년들이 이 곳에 몰리는 이유는 다른 곳과 비교해 적은 창업비용과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 때문이다. BSK 창업 비용은 일반 BBQ 매장의 절반 수준인 6000만~6500만원이다.

과거에는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한 창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배달 주문 고객이 급증하면서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1~9월) 음식배달 산업은 7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편의점이 3%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배달 시장의 급팽창은 코로나로 인한 일회성 호재라기보다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BSK 매장을 오픈한 문원균(왼쪽) BBQ위례해링턴점 사장과 최정민(오른쪽) BBQ분당야탑목련점 사장.

BBQ 관계자는 "창업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의 상담이 계속돼 계약건수로는 250건을 돌파했다"며 "주거지역 등 배달 수요가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 출점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문원규(36)씨도 지난 달 4일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에 BSK 매장을 열었다. 그는 외식사업에서 10년간 일하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배달특화 매장을 연 지 아직 한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는 하루 80만~100만원의 고정 매출을 얻고 있다.

그는 "창업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장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이 적은 곳으로 매장 위치를 선정했다"면서 "유동인구는 많지 않지만 주변에 학교와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있어 배달 수요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2호점을 열 장소를 물색 중이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도 BSK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달 24일 청년구직자 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자리 상황에 대한 청년세대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평균 9.3개월의 구직활동을 하면서 최근 1년간 8.4번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했고, 이를 통해 2회의 면접을 봤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내 취업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1%가 어렵다고 답했다. 올해 내 취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41.3%)보다 많았다. 청년 구직자 10명 중 6명이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셈이다.

BBQ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20~30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점포당 최대 5000만원 대출을 1%대 저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비비큐 회장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힘을 보태는 마음으로 지원 상품을 만들었다"면서 "사회 성장 동력인 청년들이 미래를 향한 꿈을 잃지 않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