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장에게 듣다]②대외경제정책연구원
"다른나라도 美中사이 고민"
"'자유·개방·민주' 지향 분명히 하고 공급망 점검해야"
"바이든 행정부, 오직 '차이나'...강경기조 유지"
"동남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주목해야"

"바이든은 대선 때 러스트벨트에서 무너지면 안된다고 사활을 걸었다. 한국기업이 하이테크, 신재생에너지 등 바이든 행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사업을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주(州) 등 러스트벨트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바이든 행정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지난 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후 한국 기업의 대미 전략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러스트벨트 내 일자리 창출 문제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직접 러스트벨트로 들어가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김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간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한국의 대외 전략에 대해 그는 "우리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확실히 이야기해야 해야 하며, 경제적으로는 공급망마다 점검하고 핵심 부품에 있어서는 중국 등 한 나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남아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득세가 코로나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것으로 본다. 지금 미국 워싱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각종 화상회의 등으로 교류한 결과 바이든 행정부 쪽 인사들의 화제는 전부 ‘차이나, 차이나, 차이나’다. 바이든 행정부의 (각료 후보자에 대한 의회) 청문회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한 질문에 국무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상무장관 후보자들이 대중 강경 기조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유지될 것이다.

조짐은 이미 2014~2015년부터 있었다. 미국은 중국에 반덤핑 조치 등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WTO에는 불공정 거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중국에 포획됐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WTO는 미국의 이같은 접근에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이때 트럼프가 들어와 관세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했다.

관세 중심 접근은 쌍방이 다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어 바이든 행정부는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무역구제조치나 화웨이 사례처럼 중국과 거래하는 개별기업에 대한 제재는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본다. 군사용과 일반용으로 동시에 사용이 가능한 상품에 대한 제재도 강화될 것이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는 ‘뜻을 같이 하는 나라’와 함께 공동 대응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보조를 맞추려는 나라들의 가장 앞에 영국,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있다. 두번째가 한국,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뉴질랜드다."

-몇년간 대외정책의 딜레마는 중국 문제였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중국이 주요국 중에서 성장세가 가장 강하다. 그만큼 중국 영향력이 확대되고 그에 대한 견제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인지 미국인지 선택하라는 압박을 더 크게 받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다 그런 상황이다. 사안별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어떤 국가, 어떤 사회체제를 지향하는지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이런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다수보다 소수다. 권위주의 국가가 훨씬 많은 상황이고 그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 러시아다. 우리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한다는 것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공급망마다 점검해야 한다. 핵심 부품에 있어서는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중국 뿐 아니라 한 나라에 과도한 의존은 줄여야 한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한 능력을 갖췄다. 그런 부분은 시간이 들더라도 향후 5~10년 독립성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일본 반도체 공정 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소재 부품 장비 문제도 그렇다."

-국제분업 체제가 바뀔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인가.

"계속 유지는 되겠지만 핵심부품에 대해서는 기술자립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한국기업에는 어떤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가.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외국기업은 상공회의소 등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관련국 정부와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해관계를 어필한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다. 한국은 글로벌기업이 많지만 이런 부분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한다. 한국정부 뿐 아니라 미국정부, 브뤼셀(EU), 독일정부 등에 대해서도 이해 관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유세 때 러스트벨트 지역에서의 연설 수위·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하다. 바이든은 러스트벨트에서 무너지면 안된다고 사활을 걸었다. '여러분의 일자리를 지키겠다', '일자리가 돌아오게 하겠다'는 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게 해서 러스트벨트에서 이겼다.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한국기업이 하이테크, 신재생에너지 등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사를 연구해서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벨트에 그런 업종에 투자하겠다고 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등 서쪽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과거부터 많았고 기술력도 뛰어나다. 러스트벨트가 투자해야할 지역이라면 서부 태평양 해안 지역과는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다만 한국 자동차산업 조립공장 등이 미국의 딥 사우스(deep south, 앨라배마주 등 최남부 지역) 지역과 조지아주에 많이 들어갔다. 이들 기업에게는 러스트벨트보다 이쪽의 조건이 훨씬 좋다."

-바이든 행정부의 '탈석유' 정책이 한국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나.

"불리하다. 한국은 탄소를 많이 쓰는 산업에 강하다. 철강·석유화학 등. 지금의 한국판 뉴딜은 산업 전체를 다 포괄하지 못하고 있어 더 확장해야 한다. 디지털 분야는 국제 규범이 없고, 그린 쪽에서도 규범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산업에 대한 국제 규범을 만들때 한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해야 한다. 한국의 이해관계가 빨리 명확해져야 한다. 규범이 정해진 뒤 거기 맞춰서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굉장히 어렵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가 왔다. 또 다른 감염병이 또 올 것이다. 다음 감염병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전 산업과 경제 디지털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미국이 '탈석유'의 길을 실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역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이 줄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유를 천연가스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미국과 유럽은 화석 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가교로 천연가스를 택하고 있다. 중국은 그 다리가 원자력발전이다. 시간을 벌어놓고 기술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원유를 적절히 통제하고 신재생으로 가는 방향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본다. 기술 패권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연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했다. 시기적으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CPTPP에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내 제도 개혁을 위해서다. 외부 자극이 없으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CPTPP라도 들어가 있어야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주장할 노동, 환경, 디지털 관련 새로운 규범에 가까워질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

2010~2011년 미국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에 들어오라고 했었다. 그 뒤 타결된 CPTPP를 보니 국가별 맞춤형으로 우리에게 협상의 여지가 있었다. 그 때 들어갔으면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노동, 환경, 디지털 이슈에 대해 더 빨리 국내 구조개혁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때를 놓치고 나니 중간에 들어가기 어렵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결국 노동, 환경 등 의제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플랫폼으로 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참여할 때보다 수준이 후퇴한 CPTPP에 들어올 리 없고, 국민들 설득이 어려운 2015년 TPP로 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환태평양 지역의 이니셔티브를 올해는 제시할 것 같지 않다. "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우리가 관심있게 지켜볼 나라는 어디인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는 스타트업이 한국보다 훨씬 발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력과 인프라가 집중된 자바 섬이 투자지로 좋다. 베트남은 투자여건이 동남아 최고지만 한국의 투자가 너무 집중되는 것 같다. 지금 투자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캄보디아 등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신남방정책으로 볼 때는 호주도 주목해야 한다. 너무 노동집약적이지 않은 산업 분야에서는 호주도 생각해야 한다."

-바이든 시대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대북제재가 허용하는 분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제재에 속하지 않는 영역에서의 대북협력에 대해서는 미국이 양해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해봐야 한다. 북한은 바로 옆 나라다. 바로 옆 나라와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북한과 대화 필요성은 있다. 동북아에 대한 꿈도 있다. 극동러시아를 보면 아직도 저개발 상태다. 이 지역도 영국,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처럼 번성할 수 있다.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가운데에) 북한이 '알박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