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원혜영 前 민주당 의원, 1982년 풀무원 창업
1990년대 학교 친구 남승우(現 풀무원 오너)에 지분 매각
전문가 "독립성 담보 어렵다면 사외이사가 아니라 사내이사인 셈"

국내 식품기업 풀무원(017810)의 지배구조를 두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풀무원이 이 회사 창립자인 원혜영(70)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을 3년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 전 의원은 현재 풀무원 대주주인 남승우(69) 전 대표의 고등학교 친구고 현재 경영을 총괄하는 이효율(64) 풀무원 대표의 운동권 선배다.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혜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2월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

26일 풀무원은 다음달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원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고 밝혔다. 풀무원이 공개한 사외이사 선임 세부 내역에는 원 전 의원의 프로필이 올라왔지만 그가 풀무원 창립자라는 사실은 나와있지 않다.

풀무원 관계자는 "국회의원 활동 경험을 토대로 풀무원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원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창립자의 사외이사 선임은 법적으로는 제한이 없다. 상법 382조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집행임원 및 피용자(被傭者) 또는 최근 2년 내 회사의 상무에 종사한 이사·감사·집행임원 피용자 △최대주주의 배우자 및 직계 존속·비속 △이사·감사·집행임원의 배우자 및 직계 존속·비속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창립자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은 명시돼있지 않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는다"며 "사외이사의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독립성 확보 여부다.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이사회에 참가시킴으로써 총수 일가를 견제하도록 한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원 전 의원의 사외이사 선임은 독립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ESG 본부장은 "독립성을 갖고 사내이사를 견제하고 전문성을 갖고 경영 의사 결정에 조언하는 것이 사외이사의 역할"이라며 "(대주주와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린다면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남승우 전 풀무원 총괄 CEO. 지난 2016년 3월 25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2016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원 전 의원은 1981년 부친인 고(故) 원경선 원장의 농장에서 나온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서울 압구정에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열고 이듬해 풀무원효소식품을 설립했다.

이후 그는 경복고 친구인 남승우 전 풀무원 대표와 함께 현대건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와 번 돈으로 풀무원효소식품에 투자했다. 원 전 의원은 1988년 풀무원 경영에서 손을 뗀 뒤, 1990년대 초 남 전 대표에게 지분을 넘기고 완전히 떠났다. 이후 지난 20대까지 민주당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내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 했다.

현재 풀무원의 최대주주는 남 전 대표로 지분 51.84%(지난해 3분기 기준)를 보유 중이다. 남 전 대표는 1984년부터 풀무원 경영을 맡았다가 지난 2017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운동권 선배인 원혜영 전 의원 소개로 1983년 풀무원 1호 사원으로 입사한 이효율 총괄 CEO가 현재 경영을 맡고 있다.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 출신인 주인기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사회의 역할은 CEO를 감독하는 것"이라면서 "사내이사들이 CEO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CEO와의) 관계가 독립적이지 않다면 사외이사가 아니라 사내이사가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풀무원의 사외이사 연봉은 2019년 기준 평균 2100만원이었다. 그러나 풀무원은 지난해 1~9월까지 사외이사들에게 2500만원의 급여를 줬다. 1년만에 사외이사 연봉이 1,5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원 전 의원은 3년간 약 1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