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계열사 반도체 공급난에 '불똥'
1개 부품만 빠져도 완성차 생산 차질 불가피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관련 부품 생산을 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공급난에 시달리는 완성차, 부품사로 물량을 조절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현대차그룹 완성차 라인이 감산(減産) 위기에 처했다. 당장 현대차그룹 완성차에 공급하는 일부 부품사가 차량용 반도체 10개 이상 품목에서 재고(在庫)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현 추세라면 3월부터 제품 생산을 멈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26일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를 생산하는 주요 기업들이 제품 공급을 조절할 경우 현 추세라면 현대차그룹 완성차 라인은 3월 중순부터 재고가 부족해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래픽=김란희

세계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5개 세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5개사의 점유율은 82%에 달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완성차 관련 계열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산해왔던 글로벌 완성차와 달리 비교적 공장 가동을 원활히 이어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중순 기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 등의 공장 가동중단률은 90%에 달했던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30%대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 완성차 계열사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은 비교적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부품사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완성차 계열사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보쉬, 콘티넨탈 등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물량을 나눠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연초부터 GM, 포드 등 북미 지역 완성차 공장들은 가동 중단과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1개월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완성차 업계는 통상 가격과 습기에 민감한 제품 특성상 반도체 재고 물량을 1개월가량으로 보유하는데, 경계라인이 무너진 것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생산 계획을 기존 5개월 단위에서 1주일 단위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기아로서는 사면초가다. 자동차 1대당 들어가는 부품 개수가 2만~3만개에 달하지만, 1개만 부족해도 생산이 어려운 게 완성차 업계의 특성이다. 현대차그룹 완성차 계열사 일부는 10개 이상 품목의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로선 완성차 라인에서 옵션 채택률을 고려해 돌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를 들어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대한 반도체가 부족할 경우 내비게이션을 적용한 차량 생산은 미루고, 탑재하지 않는 차량을 우선 생산하는 식이다. 변속기 등 핵심부품에 들어갈 반도체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마저도 힘들어 라인을 멈춰세울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2개월, 많이 줄여도 2주일 간격으로 생산 계획을 조절하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급박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당장 완성차 감산 계획은 없으나 결품이 어느 부분에서 생길지 미리 알 수 없어 주 단위로 체크하며 예의 주시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