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찾았다. 이날 행사는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가 명목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가덕도 인근 바다에 어업지도선을 띄웠다. 문 대통령은 배를 타고 가덕도 인근 바다에서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며 "가슴이 뛴다"고 했고, 배에서 내려 그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둔 가덕신공항특별법(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두고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4시간여 후 가덕특별법은 법사위를 통과했다.

선거를 앞둔 지역에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하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방문 엠바고를 깨면서까지 "선거개입"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하기만 하면 "선거개입"이라고 펄쩍 뛰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은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도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당시에는 부·울·경(PK)과 대구·경북(TK) 4개 시도가 신공항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문 당시 대선 후보는 "북극 항로가 열리면 부산항 비중이 커지고 철도까지 유럽대륙으로 열리면 육·해·공이 활로를 찾고 부산이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시 동남권 신공항을 주장하면서 가덕도를 못박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에도 가덕도 신공항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 5명만 뽑아 주면 2년 내에 가덕도 신공항을 착공하게끔 하겠다"고 했다. 그 당시 부산 1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는 정확히 5명이 당선됐다. 5년이 지난 지금 신공항은 착공하지 않았다. 작년 21대 총선에서는 부산에서 민주당 당선자는 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는 가덕도를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6월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직후였던 터라 이를 언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 1년 여 앞둔 2019년 2월 부산을 직접 찾아 동남권 신공항 입지의 재검증을 거론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오 시장은 6⋅13 지방선거 공약으로 '가덕신공항' 추진을 내세워 당선됐다.

오 시장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문 대통령은 기어이 가덕도를 다시 끄집어냈다. 제대로된 절차를 밟지 않고 정치적 활용에만 신경쓰다보니 '가덕신공항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필요하면 면제할 수 있다'는 기이한 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 모든 정부부처가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은 180석을 앞세워 "의회가 법을 만들면 정부가 따라야 한다"며 법을 통과시킬 태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법의 정합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동안 얘기되던 동남권신공항에 '가덕도'라고 명시한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가덕신공항 사업에 최대 28조원의 예산이 든다고 한다. 신공항 활주로 건설을 위해서 6년 동안 부산 앞바다를 메워야 하고, 인근의 산을 깎아야 한다. 가덕도 주변 수심은 최대 21m에 이른다. 양쪽 매립 지반이 가라앉으면 활주로가 끊어지거나 침수되는 안전 문제도 있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하지만 세상 민심은 가덕신공항특별법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덕신공항은 단순히 선거용으로 밀어붙일 그런 사업이 아니다. 국회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가덕신공항특별법에 '예타면제' 조항을 넣은 이유에 대해 "부산 민심이 가덕도 신공항을 원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반대로 이 쯤 되면 부산 민심과 가덕도신공항의 관계에 오히려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예비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예비후보와 비교해 10%포인트(P)가량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온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오는 4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부산의 가덕도 민심이 돌아선 것으로 판단할 것인가. 또 그 이후에도 가덕특별법도 계속 추진할 것인가. 수십조원을 투입하고도 사업성이 확보될지 의문 투성이인 가덕신공항 사업을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문 대통령이 약속 할 수 있는 공약인지도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