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국무역협회장에 취임한 구자열 LS(006260)그룹 회장이 "현장의 목소리에 낮은 자세로 귀 기울여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앞으로 3년간 무역협회를 이끈다.

무역협회는 2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구 회장을 31대 무역협회장으로 공식 선출했다. 무역협회는 지난 19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신임 무역협회장 후보로 추대한 바 있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이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사에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무역협회 회장을 맡게 돼 큰 영광"이라면서 "평생을 기업 현장에서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7만여 회원사가 당면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 우리 무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무역협회가 회원사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한 무역업계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원책과 사업모델도 발굴하겠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망 신산업과 신흥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협회의 사업구조를 바꾸고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집중해 핵심사업의 성과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15년만에 기업인 출신 무역협회장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2006년 이후 정부 고위관료 출신들이 무역협회장직을 맡아왔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협회장으로 기업인 출신이 더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앞서 무역협회 회장단은 만장일치로 구 회장을 추대했다.

구 회장이 기업인 출신으로 규제 정책이나 통상 이슈 등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다음달 국내 4대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만큼 주요 경제단체들의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무역·금융통으로 꼽힌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비즈니스스쿨을 수료했다. 1978년 평사원으로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 15년 동안 전세계 무역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1995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임원으로 일하면서 국제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구 회장은 사촌형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에 이어 2013년부터 LS그룹을 이끌어왔다. 내수 중심이었던 LS그룹을 전 세계 25개국에 현지 생산·판매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부자(父子) 무역협회장이기도 하다. 구 회장의 부친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 22대·23대 무역협회장을 지냈다. 구평회 회장은 LG 창업주인 연암(蓮庵) 구인회 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구 회장은 올해까지 LS그룹 회장직과 무역협회장직을 병행할 예정이다.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구자열 회장은 자전거 애호가로 유명한데 2002년 알프스산맥 650km 구간을 6박 7일 동안 질주하는 산악자전거 대회를 완주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장거리 라이딩을 즐겨왔다.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4선 연임해 2009년부터 이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열 회장도 수출기업들의 어려움과 기업 규제에 대해 재계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무역협회장직을 맡은 것으로 안다"며 "달라진 무역협회는 현안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