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사들이 ‘국민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를 크게 올리면서 3, 5년 주기로 보험료를 갱신하는 가입자 중 일부는 올해 최대 50%가 넘는 ‘갱신 폭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 보험료를 평균 10~12% 올리기로 했다. 표준화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팔리고 단종된 상품으로, 그해 4월 3세대 신(新) 실손보험으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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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험료가 10%대로 오르지만, 실손보험의 경우 3년 또는 5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그 기간에 올랐던 보험료 상승분이 누적돼 한꺼번에 반영돼, 소비자들은 이를 보험료 갱신 폭탄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이러한 갱신 폭탄을 막고자 매년 보험료를 갱신하도록 상품 구조를 2013년 수정했지만, 그전에 가입한 표준화 실손보험의 경우 갱신 주기가 길다.

표준화 실손보험료는 지난해와 2019년 각각 9%대와 8%대씩 올랐다. 2018년엔 동결됐지만, 2017년엔 최대 20%까지 인상된 보험사도 있다. 5년 주기로 갱신하는 보험에 가입해 올해 갱신을 앞둔 경우, 올해 인상되는 보험료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50%에 근접한 ‘보험료 갱신 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특히 성별이나 연령대에 따른 인상률 차등을 적용하면 노·장년층 남성은 이보다 더 큰 인상률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

특히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구(舊)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는 인상폭이 더 클 수도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실손보험은 2018년을 제외하고 2017년과 2019년 각각 10%씩 인상됐고, 작년에는 평균 9.9%가 올랐다. 올해 인상률은 15~19%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당초 구실손보험은 조정 시점인 오는 4월 15~17%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18일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구실손 보험료를 19% 업계 최대폭으로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더 높은 수준으로 적용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올해 인상분을 포함한 5년간 누적 인상률은 53~5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세대 보험인 구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팔리고 절판됐는데, 아직도 870만명이 가입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해 오르다 보니, 금융당국도 이번엔 어느 정도의 인상은 ‘용인’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3~5년 주기로 갱신하는 가입자들의 경우 올해 10%가 넘는 인상분을 포함해 체감 인상률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9년 실손보험의 위험손실액(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 손실액)이 2조8000억원, 위험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은 133.9%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렇게 보험료가 계속 오르다 보면 구실손보험 가입자를 중심으로 신실손보험 또는 7월 출시 예정인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은 종류별로 손해율이 따로 관리되는데, 신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대체로 동결됐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에도 보험업계는 모럴(도덕적 해이) 환자, 병원 정상화 등으로 상승하는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 보험료 상승을 계속해 주장할 것"이라며 "당국에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합당한 것으로 판단해 보험료 인상 용인, 4세대 실손 출시 등 지원하는 만큼, 실손보험을 두고 기존 보험을 유지할지 새 보험으로 갈아탈지 고민하는 가입자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