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EO 직속 빅데이터센터 설치
아마존 출신 빅데이터 전문가를 센터장으로
LG, TV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 인수
TV와 콘텐츠 함께 판매한다는 전략

삼성전자의 지난해 소비자가전 실적을 견인한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 이 제품의 탄생은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빅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한다. 소비자 경향성이 드러나는 ‘빅데이터’를 제품 기획과 개발 등 전방위로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수익도 창출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23일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올해부터 대표이사(CEO) 직속 빅데이터센터가 신설됐다. 빅데이터센터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 TV와 생활가전 등을 맡고 있는 CE(소비자가전)부문 등과 주로 협업하게 된다.

빅데이터센터장에는 지난 2019년 4월 삼성전자에 영입된 빅데이터 전문가 장우승 전무가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무는 1970년생으로 지난 2015년까지 미국 미주리대 산업공학과 교수를 지냈고, 이후 2019년 3월까지 아마존 선임과학자로 활동했다. 삼성전자에 들어온 뒤에는 무선사업부 차세대플랫폼센터에서 빅데이터 관련 업무로 활동했다.

소비자 취향과 구매 경향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상품 기획과 개발, 판매에 접목하는 과정은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보편화된 움직임이다. 특히 가전과 모바일 등 제품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최근에 이르러 빅데이터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비자를 미리 알면 그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길우

삼성전자 CE부문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도 이런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선보인 청소와 반려동물 케어를 하나로 합친 ‘삼성 제트봇 AI’ 역시 최근 소비자들의 성향과 생활패턴을 알지 못하면 나올 수 없던 제품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빅데이터 부서를 두기는 했다. 다만 사업 결과나 실적에 따라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CEO 직속 빅데이터센터 신설은 삼성전자의 전체 빅데이터 전략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닷컴·삼성헬스(Health)·삼성스마트싱스(Smartthing)·삼성TV 플러스 등 각종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신설 빅데이터센터는 이 정보들을 활용해 제품의 개발과 판매 전략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LG전자도 ‘하드웨어’ 일률적인 기업에서 벗어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기반한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에 주목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TV 콘텐츠 데이터 분석 기업 알폰소의 지분 50% 이상을 8000만달러(약 885억원)에 인수했다.

알폰소는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고, 북미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기업이다. 알폰소는 LG전자를 비롯해 일본 샤프, 도시바, 중국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과 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LG 채널은 LG 스마트 TV가 인터넷에 연결만 돼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콘텐츠 플랫폼이다. LG전자는 해당 채널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알폰소의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을 활용해 TV 구매 고객에게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단순히 TV만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TV와 콘텐츠 서비스를 함께 판매한다는 것이다. LG 스마트 TV에 기본 장착되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서비스기업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LG전자는 알폰소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활용, 새로운 광고 수익 구조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맞춤 광고를 하는 것처럼 웹 OS(운영체제)가 채용된 LG 스마트 TV의 ‘LG 채널’ 서비스에 소비자 맞춤형 광고를 하는 식이다. LG 채널은 기존 방송망을 사용하는 게 아닌, 인터넷망에 기반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광고 수주에 더 유리하다. 여기에 전체 TV 판매에서 LG 채널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 TV의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소비자의 성향과 생활방식이 다양화하는 가운데, 맞춤형 서비스, 제품 출시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은 심화할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TV나 모바일 등 다양한 전자 기기를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