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CJ대한통운(000120)과 함께 당일 배송 서비스인 ‘빠른 배송’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쿠팡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주문 상품을 하루 내에 배송하는 ‘로켓배송’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이커머스 업계 선두로 치고 나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지정일 배송’과 ‘오늘 도착’ 등이 포함된 배송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오늘 도착’ 서비스는 소비자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등에서 오전 10시까지 주문한 상품은 당일 오후까지, 오후 2시까지 주문한 상품은 당일 저녁에 배송하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서비스 개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며 "배송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 물류센터에서 택배상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국내 물류 1위업체인 CJ대한통운과 플랫폼 업체 1위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3000억 규모의 지분을 맞바꾸고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물류 서비스를 보완해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맞교환을 통해 네이버가 CJ대한통운의 3대 주주로 올라선 만큼 향후 두 기업의 협력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네이버는 물류를 강화해 궁극적으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며 CJ대한통운도 네이버 쇼핑 거래액 증가에 따라 물류 배송 수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선 온라인 구매’를 뜻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직구와 역직구를 포괄하는 시장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 중이다.

물류 동맹을 맺은 두 회사가 처음으로 시행한 사업은 ‘풀필먼트 시스템’이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입점업체들이 물건을 창고에 갖다 놓기만 하면 CJ대한통운은 소비자들의 주문을 토대로 직접 제품을 선별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일괄하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 사업 또한 올해는 네이버 일부 입점업체가 아닌 이커머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스토어 부문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한성숙(왼쪽) 네이버 대표와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 총괄이 지난해 10월 네이버-CJ 사업자 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하며 "LG생활건강(051900)이 CJ대한통운 풀필먼트를 이용한 것을 시작으로, 12월 말 기준으로 8개 브랜드사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용 중"이라며 "(풀필먼트를 통해서) 빠른 배송을 제공한 상품에 대해서는 구매 리뷰 및 평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등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두 회사는 이륜차 배송망을 도입해 배송 속도를 높이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소비자 수요와 재고 일수를 예측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네이버와의 협력 사업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 나갈 방침으로, 다양한 배송 개선 방안을 검토하며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위해 물류를 전담하는 업체와 본격적으로 제휴를 맺는 등 이른바 반(反)쿠팡 연대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배송을 필두로 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으로 예상되면서 많은 업체가 배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